정반대의 매력과 리더십으로 출연하는 프로그램마다 ‘대박’을 내는 유재석과 김구라는 현재 예능계 양강 체제를 이루고 있다는데 이 두 MC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국민MC’ ‘유느님’ ‘갓재석’ ‘유재석 is 뭔들’ 등 칭찬을 넘어 ‘찬양’ 수준의 수식어가 붙는 온화한 유재석은 단순히 설탕과 버터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뿐만 아니라 그의 숨은 미담 사례는 부지기수란다.
반면에 극히 대조적으로 늘 찡그린 얼굴에 공격적인 말투, 소금과 식초로 게스트에 대한 예의보다는 짓궂은 ‘돌직구를 날리는 김구라’의 불만 가득한 인상과는 달리 그 특유의 ‘츤데레(쌀쌀맞은 듯하지만, 속정이 깊은)’ 성향이 따뜻하고 노련한 그의 배려심의 발로라는 평이다.
유재석이 위선자라면 김구라는 위악자라 할 수 있겠고, 이 둘 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낮과 밤처럼 음양의 상호보완적인 조화를 이룬다고 해야 하리라. 하지만 이 양면의 장단점을 살펴보면, 영어를 포함한 서양 언어에는 위선자(爲善者(덧말:자))란 말은 있어도 ‘위악자(爲惡者)’란 단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람이면 누구나 다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고, 자신의 장점부터 보여주는 사람이 위선자라면 그 반대로 제 단점부터 보여주는 사람은 위악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만사에서도 무슨 일을 시도하든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보단 그 반대의 경우를 미리 각오해두면 크게 실망할 일도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옛부터 우린 진인사 대천명이라고 하듯이 영국 사람들은 ‘전혀 기대를 하지 말고 최악에 대비하라(Have no expectations and be ready for the worst)’고 한다.
그렇다면 보다 본질적이고 실존적인 대처방안이 있지 않겠는가. 태어나면서부터 천년 만 년 살 생각하기보다 언제든 죽을 각오를, 그리고 실패를 각오한다면, 밑져 봤자 본전이요, 실망 끝에 절망한 나머지 자살이라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처음엔 ‘천사의 얼굴’보단 ‘악마의 얼굴’을 한 위악자로 행세하는 편이 사람들을 덜 실망시키고, 처음부터 일이 뜻대로 안 될 것에 대비한다면, 크게 화낼 일도 속상해할 일도 없다.
그러할진대 유재석의 입장보다는 김구라의 입장이 더 낫지 않겠는가. 하지만 악마 없인 천사가 있을 수 없듯이 천사 없인 악마 또한 있을 수 없어 둘 다 동전의 양면 같다 해야 하리라. 그렇다면 유재석의 입장보다는 김구라의 입장이 더 낫지 않겠는가. 하지만 악마 없인 천사가 있을 수 없듯이 천사 없인 악마 또한 있을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이번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후보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의 후보 도널드 트럼프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전자가 ‘양의 탈을 쓴 여우’라면 후자는 ‘늑대 탈을 쓴 양’이라는 점에서다.
결국 세상만사 인자견인(仁者見仁) 지자견지(知者見知), 즉 어진 사람은 어질게 보고 지혜로운 사람은 지혜롭게 보게 되어 있다. 달리 말하면 어진 사람의 눈에는 모든 것이 어질게 보이고, 지혜로운 사람의 눈에는 모든 사물이 꿰뚫어 보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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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상 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