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난데일에서
2016-04-05 (화) 07:50:13
박경주 워싱턴 문인회
목메인 바람이 분다
별들이 이제 막 빛을 거둔 거리에는
졸리운 듯 한글 간판들이 고딕으로 매달려 있고
그 아래 활엽수같은 눈을 가진
남미의 사내들이 서성인다
바람이 흐느끼기 시작하는 시간
청바지 주머니에 양 손을 푹 쑤셔 넣은 사내는
열 아홉 긴 머리 아내를 세탁소에 일 보내고
깊은 숨을 들이쉬며 이 거리로 들어왔다
마침내 두려운 바람이 불어댄다
세븐 일레븐,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찬란한 형광 간판은
사내의 내일을 보장한다며 빛나지만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못한 사내들은
그저 이 거리를 끌려다니는 낙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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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주 워싱턴 문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