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벽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

2016-03-31 (목) 08:36:13 고영희 포토맥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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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난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잠시 멍해졌다.
또렷한 아버지의 목소리 “막내야 나다" 그리곤 끊겼다. 아버지, 아버지를 외쳤지만 이미 끊어진 수화기 속에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버지만 외치다 울음이 가슴에 차올라 엉엉 울다 잠에서 깼다.
아! 꿈 이었구나 무거운 눈물은 계속 흐르고 나도 모르게 엉엉 소리 내어 한참을 그렇게 울었다.
너무나 생생했던 아버지의 목소리 그렇게 듣고 싶었던 아버지의 음성을 잠시 잊고 있다.
삶의 무게가 너무 무겁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에 맞추기 위해 바쁘다는 핑계로 불효를...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를 잠시 잊고 있었다. 서운하셨는지 꿈속에 나타나 짧은 한마디 하시고 사라지셨다.
아버지 사진을 보며 “아버지 미안해요 나 잊은 것 아니었는데"
난 아직도 “막내야 귀 잡고 뽀뽀" 하시던 아버지의 목소리, 모습이 생생한데 까칠하던 턱수염의 느낌과 아버지의 술 냄새가 싫어 억지로 뽀뽀해주고 돌아서도 흐뭇하게 웃으시던 아버지의 모습 아직도 느낄 수 있는데, 이렇게 세월이 많이 흐른 뒤에야 그 술 냄새와, 땀 냄새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자식을 위한 아버지의 사랑은 끝없는 무조건적 사랑...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자식사랑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값진 것이다.
내 젊음이 한 걸음, 한 걸음 멀어질 때마다 깨닫게 되는 아버지와의 날들이 가슴속 깊은 울림이 되어 먼 곳에 계셔도 가르쳐 주시고, 반성하게 하시는 아버지의 끝없는 가르침이 있는 듯하다. 아직도 한국에 전화하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물끄러미 수화기를 바라본다.
예전에 살던 집으로 편지 부치면 잘 받았노라고 전화 주실 것 같아 사진 속 아버지께 무언의 대화를 해본다. 꿈속에 나타나 주름진 얼굴로 고독한 미소를 띄우신 아버지의 모습에서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촛불처럼 다 태워버린 그을린 그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 이었는지 이제야 깨닫는 것 같다.
왜 꿈에 나타나 절절하게 보고 싶게 만드시는건지 물끄러미 창 밖을 바라보다 밤새 소리 없이 촉촉한 봄비가 내린 걸 알았다.
아버지의 눈물 이었을까…

<고영희 포토맥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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