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음악과 삶] 푸치니의 마농 레스코

2016-03-11 (금) 02:18:04 장 스텔라 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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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엄청 오는 토요일 아침을 극장에서 반나절 보내는 것은 그 옛날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던 아늑함이 느껴져 편안하게 쑈를 즐길 수 있다. 또 쑈의 환상은 극장 밖에서도 연주가 가능 하듯 하다. 환한 낮이지만 비가 철철 오는 길을 하얀 줄무늬의 무지개 색 커다란 우산 속에 으스스함을 가린 채 첨벙거리며 걷는 인파도 금방 눈에 어질 거리던 무대 속의 군중이 색색의 옷을 입고 춤을 추는 듯 신선하다. 움직일 때 마다 커피 향을 몸에 감은 탓에 찬 공기가 따듯하고 맛있다. 비를 피해 온 손님들로 가득 찬 오늘의 극장은 1940년도의 푸치니의 오페라 “마농 레스코” 가 무대였다. 시대를 현대로 가져오는 프로덕션 덕에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는 메트로폴리탄 라이브 오페라 공연이었다.

푸치니의 오페라 “마농 레스코” 는 대본 자체가 얼마든지 심각할 수 있고 얼마든지 코믹하게 꾸밀 수 있는 양면성이 있다. 푸치니가 심혈을 기울여 작곡한 첫 힛트 작품으로 푸치니의 이름이 떨쳐지기 시작한 중요한 시기에 그는 심각하고 바른 캐릭터 쪽으로 두 주인공의 사랑을 엮었다. 이미 마스네가 같은 대본으로 “마농”을 썼고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마스네는 프랑스식의 코미디로 칼멘의 캐릭터를 닮은 팜므 파탈의 여성과 가난한 예술가 학생의 라보엠의 루돌프 같은 여리나 사랑의 열정이 변치 않는 그래서 더 시적이고 서정적인 심리를 그린 아름다운 오페라로 더욱 파플러 하기는 하다. 그러나 푸치니와 마스네 두 작곡가가 풀어나간 두 성격의 한 대본의 오페라는 서로 다른 색깔의 오페라로 두 작품 다 사랑받는 작품인 것도 드문 경우일 것이다.


이미 캐스팅이 된 드 그르역의 테너 조나 카우프만은 지금, 세계가 지켜보는 제일의 테너로 가장 많은 오페라의 롤로 연주활동이 왕성하고 사랑 받는 테너인데 얼마 전 폐암선고를 받고 공연이 모두 취소되었다. 새 롤을 인계받은 로베르트 알라그나 또한 특급 테너이다. 그는 하루 12시간씩 2주일을 꼬박 공부하면서 용감하게 무대에 섰다고 했다. 첫 번째 액트에서는 너무 불안하고 실망스러웠으나 2막 3막 넘어가면서 활기차고 열정적인 연기와 완벽한 노래로 특히 마농 역의 크리스틴 오포라이스와 완벽한 케미를 발산하며 오페라를 절정으로 몰고 갔다. 푸치니의 마농 레스코는 베르디의 라트라비아타 같은 러브 라인과 비슷하다. 젊고 아름다우나 가난한 여인이 순수한 청년과 사랑에 빠지나 현실은 항상 그들의 순수한 사랑을 지속하지 못하고 물질과 불륜의 관계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비련의 여인으로 가슴에 상처를 주는 관계, 회복을 위해 싸우고 배반과 질시로 엉키면서 생명까지 잃게 되는 극단의 고난과 고통의 끝자락에 떨어진다.

그러나 항상 강한 결말은 사랑의 힘, 희망을 갖고 생명 줄로 연결되는 사랑의 힘이 얼마나 큰 가 아니 얼마나 끈질기고 지독 한가, 결국은 비극적 결말로 끝나는 퍼팩트 러브의 클라식 스타일. 해피엔딩의 헐리웃 스타일이 건강하고 즐거운 것은 사실이나 헐리웃의 18금 영화의 아슬아슬한 장면들을 상당부분 할애한 이번 푸치니 오페라 라이브무대에 올렸다. 이런 경향은 이즈음의 오페라 젊은 청중을 위한 배려일까? 아니면 어마어마한 자금의 충당을 위한 선택일까? 아무튼 현실이 그렇다. 그래야 장사가 잘 된다(?) 1940년대의 독일 점령하의 프랑스를 무대로 군인들이 우글대는 카페라든지 감옥 등이 현대무대를 연상시킨다. 끊임없이 시도되는 새로운 연출 프로덕션 완벽한 오케스트라와 싱어들의 연기와 연주들이 청중을 불러들이는 한 오페라 연주는 계속 발전되고 지속되리라 생각하여 다음 새로운 프로덕션이 궁금해진다.

<장 스텔라 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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