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리
2016-02-21 (일) 11:15:52
이경주 애난데일, VA
나는 민초들이 좋아 하는 노가립니다
포장마차 연탄화로 위 석쇠에서
내 영혼을 불태웁니다
민초들이 ‘카-’하는 소리가
나를 위로합니다
내 이름은 노가리입니다
호적상 나는 명태의 자녀입니다
내 부모는 생태라고도 하며 명태라고 합니다
내 사촌은 동태입니다
나는 고향도 모릅니다
나의 조상은 머나 먼 알라스카 베링해협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수천 킬로 냉해를 떼 지어 꼬리치며
언제부터 동해 원산 앞바다에 이주해 살았는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인간들이 휴전선이란 걸 만들고 어뢰를 깔아
마음대로 바다 속을 넘나들 수 없습니다
나는 부모님 말씀 듣지 않고 뺑돌이 치다가
대한민국 강원도 속초에서 어부의 그물에 걸려
눈 덮이고 칼바람 몰아치는 꽁꽁 언 덕대에 대롱대롱 매달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주리 트는 모진 고문을 당하고
겨우 연명하여 여기에 왔습니다
민초들이 나를 좋아 합니다
나는 기꺼이 석쇠 위에서 민초들의 애환을 들으며
저들의 친구가 되어 구미를 맞춰줍니다
그래서 나는 저들의 선한 순교자가 됩니다
나는 ‘노가리’입니다.
<이경주 애난데일,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