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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불안… 채권시장으로 자금 몰려

2016-02-11 (목) 준 최 객원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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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기지 이자율 하락 현상-재융자나 주택 구입 계획 고려해 볼 때

▶ 금융시장 충격 피하기 위한 FRB의 계획

모기지 이자율이 한달 째 하락세를 지속 중이다. 1월 4%(30년 만기 고정)를 넘을 기세였지만 4주 내내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금리가 인상되면 모기지 이자율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어찌된 일인지 전망과 달리 모기지 이자율이 계속 떨어지니 주택시장에는 반가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자율 인상 전망에 주택 구입이나 재융자 계획을 취소했다면 다시 한 번 고려해 볼 때다. 타임 매거진이 최근 모기지 이자율 하락 현상에 대한 분석 기사를 보도했다.

■ 기준 금리 ↑, 모기지 이자율 ↓

지난해 12월 기준 금리가 인상됐지만 모기지 금리는 꿈쩍도 않고 있다. 오히려 1월 한달간 매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주택 구입자들에게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준 금리가 인상되기 전부터 여러 언론에서 모기지 이자율도 오를 것으로 호들갑이었다.


이미 수년전부터 기준 금리 인상과 관련, 모기지 이자율 상승 전망은 부동산 관련 단골 기삿거리였다. 대부분 기사는 모기지 이자율이 더 오르기 전에 서둘러 집을 장만하고 재융자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 일색이었다. 그런데 정작 기준 금리는 올랐는데 모기지 이자율은 기사 전망과 달리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 기준 금리=초단기 금리, 모기지 이자율=장기 금리

모기지 금리는 지난해 기준 금리 인상 직후 첫 주에만 소폭 오르는 듯 하더니 이후 계속 하락세다. 국영모기지 기관 프레디맥의 집계에 따르면 1월말 30년 고정 금리(전국 평균)는 약 3.79%로 기준 금리 인상 실시전인 지난해 10월보다 오히려 더 낮아졌다. 기준 금리와 모기지 금리가 이처럼 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이유는 우선 두 금리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FRB)가 거의 9년 만에 올린 기준금리는 ‘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 Rate) 또는 ‘단기 금융 시장 금리’라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주로 은행 간 단기 자금을 거래하면서 적용되는 대출 금리가 바로 기준 금리로 짧게는 만기가 하루짜리인 금리도 많다. 반면 모기지 금리의 만기는 길게는 30년으로 FRB의 기준 금리 만기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 낮은 인상폭, 국채 수익률 영향 미미

따라서 모기지 이자율 시세는 초단기 금리인 기준 금리보다는 만기가 긴 10년짜리 국채 수익률에 연동되는 경향을 보인다.

모기지 이자율이 30년짜리 국채가 아닌 10년짜리 국채 수익률에 영향을 받는 이유는 대부분의 모기지가 평균 약 10년을 전후로 주택 매매로 상환되거나 재융자가 실시되기 때문에 그렇다. 기준 금리가 오르면 결국 10년짜리 국채 수익률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양상이 과거의 경우와 조금 다르게 전개 중이다. FRB의 기준금리 인상 소식은 경제면 헤드라인을 장식하기에 충분했지만 인상폭(0.25%~0.5%포인트)이 매우 낮은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인상폭이 미미할 정도로 낮은 이유는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 시장 충격을 피하기 위한 FRB의 치밀한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계획대로 금리 인상폭이 낮아 장기 이자율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미미하게 나타나고 있어 모기지 이자율 변동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없다.

■ 세계 경제 불안으로 미 채권시장 자금 집중

기준 금리 인상 시점에 맞춰 국제 경제가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것도 모기지 이자율 하락 원인이다. 지난해 터진 중국 증시 폭락 현상에 최근 거듭되는 유가 하락으로 미국 증시마저 맥을 못 추는 상황이다. 국제 경제 침체, 증시 하락으로 투자 자금이 갈 곳을 잃게 되면 결국 집결되는 곳이 바로 투자 위험이 낮아 안전하다는 미국 채권 시장이다.

채권 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면 채권 가격은 오르고 수익률은 하락하게 되는데 바로 이 때문에 모기지 이자율이 기준 금리 인상에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이유다. 1월말(25일 기준) 30년 만기 모기지 이자율의 벤치마크 금리인 10년짜리 국채의 수익률은 약 2.02%로 1월초(약 2.24%)보다 더 떨어졌다.

■ 재융자 다시 고려해 볼만
만약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모기지 이자율 상승 전망에 재융자나 주택 구입 계획을 취소했다면 지금 다시 한번 고려해 볼 때다. 국제 경제 불안, 유가 하락, 미국 증시 하락 등 일시적인 요인으로 현재 올라야 할 모기지 이자율이 오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는 회복세를 유지중으로 일시적인 외부 불안 요인이 해소되면 FRB가 다시 기준 금리 인상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 확실하다. 기준 금리가 오르면 결국 장기 금리가 영향을 받아 모기지 이자율이 오르는 것도 시간문제다.


<준 최 객원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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