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문학관에서 마주친 시인의 눈

2016-02-02 (화) 08:11:19 황 안 /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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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스스한 겨울비 밀어내고
반짝이는 햇살이
해설피 반겨주는 아침
방학동 김수영 문학관
구석구석에 은근한 시향이 은은하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다”

풀밭 헤치고 나오자
크고 냉철한 두 눈과 맞닥뜨렸다
그 날카로운 눈
나를 압정으로 벽에 박을 듯


부정과 억압에 말라버린 얼굴
목마른 자유, 번득이는 지성
검은 눈동자에 녹이고 담아온 눈
발자국을 옮기자
찬 공기 쌩 휘도는 그 눈이
내 등 뒤에 따라 붙는다

4월의 혁명 속으로
쫓기는 학생들과 뒤집힌 버스
정의가 화산처럼 폭발하고
벅찬 흥분이 휩쓸던 그 날로
자유는 피를 요구한다고 말하는 그 눈
정의와 분노의 소용돌이 속에서
시인의 눈은 그렇게 날카롭고 냉철하게 변했나 보다

“나는 시 속에 감춘 언어를 사랑한다”를 되뇌이며
턱없이 높고 먼 시인의 경지를 바라본다.

사각거리는 노란 은행잎을 밟으며...

<황 안 /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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