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눈 오는 날에 

2016-01-25 (월) 08:05:19 이봉호 시인,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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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가루눈이 소리 없이 내리는
강아지 발자국으로 가득한 골목길
유년시절 그리움 그려진 듯하여 
버릇 처럼 현관문을 밀치고나가   
텅 빈 골목 안길을 바라봅니다.

함께 따라오는 소소한 바람결이
내 어깨를 감싸며 어루만져도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선 
지난날 애증(愛憎)의 실마리로  
멍하니 바라보는 길 건너 이층집 
작은 창문을 가볍게 두드리는
하얀 눈이 마음의 틈새를 메웁니다.

차츰 어두워가는 흰 눈빛 따라
지친 모습으로 다가선 일상들에
어둠과 눈들이 적막함에 섞여들어  
기다림의 누추한 조각들까지 
회색빛 날개로 펄럭이고 있습니다.

이젠 떠나간 빈 털털이의 마음들
안개처럼 피어나는 그리움 붙들고
먼 그대에게까지 들릴 수 있게
목 놓아 부르는 내 영혼의 소리
천지시공(天地時空) 아늑한 영원을 넘어
언젠가 이심전심 손 모아 기도하며
어둠 몰려오는 내 골목길 채워주려나

<이봉호 시인,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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