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홍 시집: 하얀 목화꼬리 사슴
2015-12-15 (화) 08:59:43
백 순 전 연방노동성선임경제학자 워싱턴버지니아대학교 교수
‘황금알 시인선 116’으로 최근 출간된 최연홍 시집 ‘하얀 목화꼬리 사슴’은 이민문학의 진지한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시인은 이민문학의 시를 ‘떠남으로써 머물러 있는 사람’의 형상, ‘떠나지 못하고 구천을 헤매고 있는 망자의 모습’, ‘언제나 고향의 산하에 머물러 있는 이의 ‘ 삶을 표출하는 ‘사진첩’이라고 서문에서 자백하고 있다.
이민문학의 시란 시 자체가 그러하듯 이국 땅에 살고 있는 이민자의 삶 속에서 발견하는 모습을 형상화하여 그 모습이 은유하는 진리를 두고 온 고국 한국의 정서와 문화에서 찾아보고자 하는 몸부림이리라.
첫째, 시인은 미국 땅에 살고 있는 이민자의 삶을 넓디 넓은 미국땅 초록 평원에 피어 있는 감자꽃의 삶으로, 그리고 분주한 이민생활을 하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언제나 외로운 혼자 있는 삶으로 형상화한다.
아이다호 주는 감자생산지로 유명한데 /주 전체가 초록색 평원이었습니다. /눈여겨 보니 하얀 감자꽃, /보라빛 감자꽃이 피었습니다.(‘아이다호 감자꽃’)
하얀 감자꽃에 날아 오는 나비는 미국땅 초록평원의 나비가 아니고 감자를 좋아하는 외손주를 위하여 감자 한 소쿠리 머리에 이고 40리길 멀다 하지 않고 달려온 외할머니의 하얀 나비인 것으로 이미지화한다. 이는 비록 미국땅에서 감자꽃의 삶을 살고 있지만 이민자의 삶에는 외할머니의 보살핌, 한국인의 사랑이 하얀 나비로 날아 오고 있다.
언어와 문화에 어눌한 미국 땅에서 새로운 삶을 꾸려 나가느라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쁜 이민자의 생활이지만 언제나 마음속에 외로움을 간직하며 혼자 있을 때의 삶을 살고 있는 이민자의 인생. 그러나 우산에 떨어 지는 빗방울이 만들어 내는 음악, 비록 혼자 조용히 듣고 있지만, 떠나 온 고국 한국 땅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듣던 음악, 한국인의 정서를 그리워하고 바라고 있다.
외사천에서 정읍으로 /40리 신작로 길을 /바람처럼 달려 오시던 /외할머니가 /이 초록평원에 /하얀 나비처럼 /날아오셨습니다. (‘아이다호 감자꽃’)
둘째, 시인은 미주한인이라는 이민자의 삶에 머무르지 않고 지구 땅에 살고 있는 인간의 삶 자체가 본향인 천국을 떠나 이 땅에 이민을 와 살고 있는 천국이민자의 삶이 아닌가 그 삶을 형상화한다.
아무도 없는 /겨울 숲에서 /만난 /사슴 한 마리, /하얀 목화꼬리 사슴. /어머니의 눈이 /사슴의 눈 속에 들어 와 있다. /눈물 같기도 하고 /수정 같기도 한 /서러운 이야기들이 /우리들 사이에 /남아 있다. (‘하얀 목화꼬리 사슴’)
먹을 것이 많고 떠들썩한 잔치 집 같은 세상이지만 영혼에는 아무런 생명도 없는 겨울 숲 같은 이 세상, 즐거운 이야기들 보다는 서러운 이야기들이 언제나 남아 있는 이 세상, 이러한 땅에서 이리 저리 떠돌고 있는 사슴의 삶이 본향 천국을 떠나 이 세상 땅에 살고 천국이민자의 삶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천국이민자인 사슴은 하얀 목화의 꼬리를 간직하고 있어서 하얀 목화 같은 하얀 눈 송이들, 부유하고 포근하고 끝이 없는 하나님의 은혜를 천국이민자에게 내려 보내 주는 인간의 본향인 천국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리라.
미주한인 이민자인 아이다호 감자 꽃과 혼자 있는 자의 삶에서 한국인의 사랑과 한국인의 정서를, 천국이민자인 하얀 목화꼬리 사슴의 삶에서 하나님의 은혜가 풍성한 천국을, 최연홍 시인은 그가 언제나 흘리는 눈물 속에서 탐구하면서 이민문학 시 의 길을 닦아 가고 있는 것이리라. 이민문학의 시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일독을 권한다.
<백 순 전 연방노동성선임경제학자 워싱턴버지니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