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평형수
2015-12-10 (목) 09:14:56
최수잔 워싱턴 두란노문학회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는 없겠지만, 계절의 변화 속에 곧 닥칠 내 인생의 겨울에, 자연에게서 지혜를 배운다. 새 봄을 위해 한 알도 남김없이 다 흙으로 돌아가는 나무잎들은, 나처럼 인생의 끝자락에서 서성이는 사람에게 교훈을 주고 성숙의 삶을 알려준다.
세월호 사건이 나면서 ‘평형수’란 단어를 접했다. 육십이 넘도록 무지하고 생소했던 ‘평형수’가 선박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바닷물이란 걸 알게 됐다. 인간의 욕심은 어리석고 허망하다. 욕심에 눈이 어두워 생명수와 같은 평형수 대신 화물을 과적하게 채워서 귀중한 삼백여명의 생명이 안타깝게, 순식간에 스러지게 한 사건을 보면서, 한 치 앞도 모르는 생명의 불안성, 삶이 한순간에 유리처럼 깨질 수 있다는 유한성을 느꼈다.
그리고 평형수의 중요성을 새삼 감지했다. 인생은 망망한 바다위에 한 척의 배를 저어가는 과정이다. 맑고 순수한 물로 내 마음의 평형수를 채우고 가끔씩 깊이와 무게도 체크하며 얼마남지 않은 황혼의 뱃길을 순탄하게 운행하고 싶다. 진주알이 하나씩 한줄로 꿰어지듯, 하루하루 주어지는 귀중한 시간을 겸손함과 소박함 그리고 작은 기쁨을 담은 진주알로 꿰어지길 소망한다.
생명은 귀한 것이다. 모든 인간은 조물주에게서 축복으로 태어났다. 그러나 한번 잃어버린 생명은 다시 찾을 수 없다. 스마트폰을 보급하며 세상을 바꾸어 놓은 스티브 잡스는 병들어 죽어가며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건 사랑이 넘치는 추억뿐”이라고 이야기했다. 그 많던 자부심과 사회적 안정과 재산은 닥쳐온 죽음 앞에 희미해지고 아무 의미가 없음을 느낀 것이다.
오늘 호흡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주어진 현실에 순응하는 자세를 자연은 일깨워 준다. 버릴 것은 버리고 지울 것은 지우면서, 신의 사랑을 담은 따뜻한 가슴을 갖고 베풀면서 살라고 한다.
푸르고 높아진 가을 하늘, 높은 산에 올라가 넓은 세계를 바라보면 티끌 같은 자신을 실감하게 된다. 구름의 한 입자처럼 투명하게 사라질 삶의 어느 순간들이 삶과 죽음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자연은 창조주의 섭리와 조화로 자연의 순리를 계속하고 있다. 어떤 역경이 있어도 진실된 마음으로 순응해서 이겨내면, 하루의 힘이 솟고 내일에 희망을 갖게 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제노는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이 삶의 목적이다” 했다. 나이 들어감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항상 배우는 자세로 지혜롭게 살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오늘도 일러주고 있다.
<최수잔 워싱턴 두란노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