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Adieu, Winter’

2015-11-24 (화) 09:03:29 김미영 몽고메리칼리지 교수 동시 작가
크게 작게
1963년 연세대 재학 중 ‘현대 문학’으로 등단하여 50여 년 동안 꾸준히 한글과 영어로 문학 작품을 발표해오고 있는 최연홍 시인이 네번째 신간 영문시집, Adieu, Winter (겨울이여, 안녕)을 발표했다. 이 시집에는 모두 64편의 시가 실려 있고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나그네(Wayfarer)’에서는 유럽 등 해외여행에서 얻은 다양한 소재들을 적절한 비유와 실감나는 언어구사로 마치 그곳에 있는 것처럼 독자를 그의 작품 속으로 흡입하고 있다. 제3부 ‘사랑시(Love Song)’ 에서는 주로 4계절을 통한 자연과의 친화적 소통을 형상화하였는데, 절제된 시행으로도 그 이미지들을 생명감 있게 표현한 시들이 많이 들어있다. 그리고 미국에서의 일상생활들을 담은 제2부 ‘미국 (America)’ 에서는 그가 살아온 미국이 들어있다.

이제 보낼 때가 되었습니다
아직 뜰 안에 눈이 가득하지만
창문을 열면 온기가 스며들고
이제 겨울을 보내야 하겠습니다
…중략 …
고맙습니다
이제 겨울이여, 안녕
봄을 맞을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새 봄이 어느새 왔다가 갈지 모르니까
- ‘겨울이여, 안녕’

이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겨울이여, 안녕’은 어느 겨울 아침 그의 집 뜰에 쌓인 눈과 여우 한 마리의 방문을 한 폭의 아름다운 겨울 풍경화처럼 묘사했다. 이 시는 단순한 시적 기교를 포함한 시인의 감상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이제 겨울을 보내야겠습니다,’ ‘겨울이여, 안녕’이라는 구절을 반복 강조함으로써 삶의 겨울에 들어선 화자가 삶에 대해 순응하는 경건함까지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4부 ‘조국(Homeland)’ 에서는 은퇴 후 이어도 연구소 일로 장기 체류했던 제주도에서 쓴 ‘제주도’ 등 10여 편의 작품을 실었다. 모국을 떠났다고 다 이민자가 되는 건 아니다. 섬세하고 따스한 기운이 스며든 최 시인의 모국에 대한 시들은 그가 얼마나 고향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지 충분히 감지할 수 있게 한다.
나는 최연홍 시인 만큼 시문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열정을 가진 작가를 여태 만나보지 못했다. 이민 1세대로 한국어와 영어로 시를 써 온 치열한 삶 속에서 그의 고뇌를 훔쳐보며 늘 탄복하고 있다. 워싱턴 문인회 창립자이며 초대 회장으로, 미 의회도서관에서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시낭송을 한 바 있는 그의 시들은 사물과 자연을 통해 단조로운 언어를 조합하는 것이 아니라 시인 내면의 정교한 무늬를 새겨넣어 격조 높은 문학으로 승화시킨다. 그게 바로 문학의 정수가 아닐까.
최 시인이 한국 문학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원로 시인으로서 더욱 정진하길 문학의 길에 들어선 한 후배로,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크게 기대한다.

<김미영 몽고메리칼리지 교수 동시 작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