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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베토벤·드뷔시 연주하고 싶다…테러 때 파리 숙소에”

2015-11-22 (일) 04: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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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스타 아니다. 좋아하는 일 오래 했을 뿐”…”하루 4∼5시간 연습”

▶ 삼겹살·파스타 좋아하고 맥주·와인도 즐겨…여자친구 없어

조성진 ”베토벤·드뷔시 연주하고 싶다…테러 때 파리 숙소에”
"슈베르트, 베토벤, 모차르트, 드뷔시 연주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인 최초로 폴란드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21)은 22일 앞으로 4년간의 리사이틀 프로그램으로 독일과 프랑스 작곡가의 음악을 꼽았다.

쇼팽 콩쿠르 우승자답게 "쇼팽을 계속 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했지만 갓 스무 살을 넘긴 청년의 음악 열은 이제 막 타오르기 시작했을 뿐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달 18일에 이어 4일 만에 도쿄에서 조성진을 다시 만나 음악과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쇼팽 협회가 우승자를 위해 사전에 짜놓은 계획에 따라 그 사이에 NHK 교향악단과 2차례의 연주회를 마친 조성진은 한층 편안한 모습이었다.

다만, 음악가로서 자신의 연주에 관해서는 냉정했다.

그는 20·21일 공연에 관해 첫날은 시차 적응 문제나 컨디션 때문인지 몇 개 음에서 실수했다고 '고백'하며 "두 번째 날이 더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조성진은 이번 공연에서 쇼팽 콩쿠르 때 자신에게 '폴로네이즈 최고 연주상'을 안긴 '폴로네이즈 op.53'을 연주했다.

그는 조국이 어려울 때 쓴 때문인지 쇼팽의 애국심이 담겨 있고 감동적인 면도 있다며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이고 잘 와 닿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베토벤 소나타 4·7·8· 30·31·32번과 열정(23번), 슈베르트 소나타, 모차르트 콘체르토 등을 좋아하는 곡의 예로 들었다.


독주회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곡 위주로 짠다고 했음으로 이 가운데 앞으로 조성진의 연주곡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아르헨티나의 마르타 아르헤리치, 루마니아의 라두 루푸를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로 꼽았다.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흔히 필수라고 하는 '피나는 노력'이 무엇인지 궁금해 얼마나 연습을 하느냐고 물었다니 하루에 피아노를 연주하는 시간이 5시간이 넘지 않게 하고 평균 4시간 정도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여행을 하며 연주를 하다 보면 연습을 할 수 없는 시간이 많은데 그럴 때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평소에 "짧게 집중해서" 한다는 것이다.

그는 프랑스 숙소에는 가와이 피아노, 한국 집에서는 야마하 피아노를 두고 연습한다.

연습용의 작은 피아노라서 콘서트용처럼 소리를 표현하는 제품은 아니지만, 조성진은 가와이는 보다 '둥근' 소리, 야마하는 '맑은' 소리를 낸다고 '터치'의 차이를 설명했다.
조성진 ”베토벤·드뷔시 연주하고 싶다…테러 때 파리 숙소에”

한국인 최초로 폴란드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21)이 22일 오후 일본 도쿄도(東京都) 신주쿠(新宿)구의 한 호텔에서 인터뷰에 응하며 손가락을 보여주고 있다.


인터뷰 도중에 청년 조성진, 대학생 조성진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여느 20대와 비슷하면서도 남다른 면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삼겹살, 파스타, 우동, 소바를 좋아하지만 아주 매운 음식은 잘 못 먹고 친구들과 맥주나 와인을 마시는 것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조성진은 자신이 내성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에 가끔 가면 친구들이 잔뜩 모인다고 하는 것을 보니 친구를 좋아하는 것은 여느 대학생과 마찬가지인 듯했다.

아직 여자 친구가 없고 정신이 없어서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안 한다는 답변에서 그의 바쁜 일상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15살 때 사회복무의 일종인 예술·체육 요원으로 뽑혔고 작년에 4주 훈련을 마쳐 군복무에 따른 경력 단절의 걱정에서는 사실상 벗어났다.

조성진은 "친구들을 보면 남자들 가운데 병역에 관해 고민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군대를 생각하기도 전에 (혜택을) 받아서 운이 좋은 것이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쇼팽 콩쿠르 상금에 관해서는 "특별히 돈이 드는 취미도 없고 운전면허도 없어서 차에도 별로 관심이 없다. 좋은 옷 사는 것이나 컴퓨터, 휴대 전화 등 좋은 기계에도 별로 관심이 안 간다"며 어떻게 할지 아직 결정을 못 했음을 시사했다.

피아니스트에게 생명과 같은 손가락을 조성진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그는 생각보다 털털했다.

조성진은 "손을 보호하겠다고 예민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예민하게 하다가 더 다칠 수도 있다"며 "농구를 안 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유명해져서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묻자 "정말 유명해졌는지가 궁금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조성진은 "기사를 읽어보면 (나를) 스타처럼 (취급)하는데 스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신은 콩쿠르 하나 우승했을 뿐이라는 시각을 드러냈다.

또 "좋아하는 일을 계속한 것이고 성과가 좋았을 뿐"이라며 "오랫동안 음악하고 사람들이 나를 오래 좋아하게 하는 것"이 자신의 할 일이라고 규정했다. 또 꼭 많은 사람이 자신을 좋아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조성진은 이달 13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연쇄 테러가 발생했을 때 파리의 숙소에 머물고 있었다.

그는 집에서 쉬는 데 구급차 소리가 끊이지 않아 이상한 생각이 들어 인터넷을 보고 테러가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피해자 수가 "처음에는 스무 명에서 40명, 100명을 넘는 것을 보고 너무 심각하다고 느꼈다"고 말하는 동안 조성진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떨리고 있었다.
조성진 ”베토벤·드뷔시 연주하고 싶다…테러 때 파리 숙소에”

쇼팽 콩쿠르에서 연주하는 조성진(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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