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와 돼지고기를 포함하는 ‘빨간 고기’(red meat)가 건강에 나쁘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는 오래 됐다. 세계 암 연구 기금과 미 암 연구소에 따르면 ‘빨간 고기’ 섭취는 장암 발병률을 높인다. 그 안에 든 여러 성분들이 발암 물질인 질소 화합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암 연구 기금은 건강을 위해 ‘빨간 고기’ 섭취를 주 11온스 이하로 줄일 것을 권하고 있다. 보통 맥도널드 햄버거에 든 고기가 3온스 정도니까 이를 1주일에 네 번 이하로 먹으라는 이야기다.
‘빨간 고기’는 암뿐만 아니라 심장병과 당뇨의 원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그 안에 든 콜레스테롤과 포화 지방 등이 혈관을 막고 심장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짜 나쁜 것은 ‘빨간 고기’가 아니라 이를 원료로 만든 베이컨, 소시지, 햄 등 가공 식품이라는 주장도 있다. 2010년 하버드대학이 10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단지 ‘빨간 고기’가 아니라 오직 가공 식품을 먹은 사람들만 심장과 당뇨병 발병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와중에 세계 보건 기구(WHO)가 ‘빨간 고기’로 만든 가공 식품을 발암 물질로, ‘빨간 고기’는 발암 가능성 물질로 규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에 보건 기구가 발암 물질로 규정한 고기에 닭고기 같은 ‘흰색 고기’는 포함돼 있지 않다.
이 결정에 대해 축산업자들은 물론 축산물 수출국인 호주와 베이컨과 소시지를 주식으로 먹는 독일 등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과거 보건 기구가 오염된 대기와 햇빛까지 발암 물질로 규정했다며 암을 피하기 위해 숨도 쉬지 말고 햇빛도 쬐지 말란 말이냐고 항변하고 있다. 이들은 ‘빨간 고기’에는 단백질은 물론이고 철분 등 인체가 꼭 필요로 하는 10대 영양소가 풍부히 들어 있다며 이를 무조건 먹지 말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채식주의자들과 동물보호 운동가들은 이번 발표를 환영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비인도적인 환경에서 사육되는 동물 고기 섭취를 줄이고 건강에 좋은 채식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주 평균 24온스의 육류를 소비한다.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양의 2배가 넘는다. 일부에서는 ‘빨간 고기’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한국에서도 ‘빨간 고기’가 발암 물질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소시지와 베이컨 판매량이 20%나 급감하는 등 소비자들이 충격에 빠졌다. 그러나 한국 육가공 협회는 보건 기구가 장암 발병이 18% 늘어난다고 밝힌 육류 소비 기준은 매일 50g을 섭취할 때를 기준으로 한 것인데 이는 한국인들의 평균 소비량의 4배가 넘는 것이라며 서양 식습관과 다른 한국에 이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건강이나 식품에 관한 과거 연구 사례를 보면 한 때는 확실한 진실인 것 같던 것이 나중에 뒤집히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 콜레스테롤이 높다는 이유로 기피 식품이었던 달걀이 이제는 먹어도 좋은 음식이 되고 빠짐없이 받으라던 유방암 검사가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 그 예다. ‘빨간 고기’도, 가공 식품도 많이 먹는 것은 나쁘겠지만 조금 먹었다고 당장 큰 일 나는 것은 아니다. 건강에 관한 뉴스는 약간 새겨 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