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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진의 아프리카 여행(10)

2015-10-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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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대산림에서 산악사망 지대까지 다양한 생태계

권태진의 아프리카 여행(10)

고산적응 등산 얼룩말 지브라 바위

정상까지 40 마일 마랑구 루트 가장 쉬운 코스도 5박6일 소요

킬리만자로 (Kilimanjaro) 등반
(6월11일-6월 16일, 5박6일)

산의 base가 39만 핵타로 직경이 약 40km의 거대한 산이다. 그래서 우후루 정상으로 가는 루트도 7개나 된다. 여행사에서 추천한 마랑구(Marangu)루트는 가장 쉬운 루트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택하는 루트로 정상까지 40마일로 5박6일 일정이다. 선택하는 루트에 따라 걷는 거리도 다르며 5박6일에서 부터 8박9일까지 일정도 다양하다.

■6월 11일 (목요일), 등산 제1일
최선교사와 나는 제이 이가 운전하는 차로 아침 9시 킬리만자로 국립공원 본부가 있는 마랑구 게이트에 도착했다. 이 공원은 1977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해발 1,879m의 이 지역은 열대산림지역으로 산림이 울창하며 땅이 비옥한 곳이다. 산 밑에서 정상까지는 해발 5,895미터이며 걷는 거리도 64Km지만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높이 4,016m로 걷는 거리는 38Km, 27마일이다.


입산 등록을 마치고 두 명의 가이드와 함께 아침 10시에 산을 오리기 시작했다. 2명의 등산객을 위해 가이드 2명, 짐을 나르는 포터 2명, 그리고 요리사 1명 모두 5명이 따른다. 가이드 외에 다른 요원들은 우리와 동행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움직여 다음 기착지에 미리 도착한다.

첫 기착지인 만다라 허트(Mandara Hut)는 해발 2,744m (8,999피트) 백두산 높이다. 입구에서 고도 약 1Km이지만 걷는 거리는 8Km로 3시간에서 4시간의 거리다. 산길 양쪽에 나무와 숲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길은 좁고 자갈이 많으나 비교적 순탄하다. 초겨울이지만 날씨는 뉴욕의 초가을 날씨처럼 상쾌하다. 특히 첫날이라 4시간 정도에 그치니 힘들 것이 없을 것 같았다.

가이드는 조장 멕스와 부조장 윙고로 30대 중반이다. 이들은 탄자니아에서 가장 머리가 좋고 잘 생겼다는 킬리만자로 지역에 거주하는 차가 족이다. 10년 이상 가이드를 해온 베테랑 가이드들이다. 멕스가 제일 앞서고 나, 최선교사, 윙고의 순서로 걷기 시작했다. 곧 내가 앞서기로 자청했다.

가이드 페이스를 따르기보다 내 페이스로 가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등산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개미가 내 하체에 들어와 두 번이나 공격하여 괴롭혔다. “파파(나의 호칭)의 피가 맛있다는 것을 잘 아네” 하고 멕스는 익살을 부렸다.

12시 30분경이 되어 점심시간이다. 등산로 옆 들판에 두 개의 테이블이 놓여있다. 여기에서 닭다리, 생선튀김, 빵으로 된 런치 팩을 받았다. 아침을 먹은 지 오래되었고 산길을 올라와서 인지 맛있게 먹고 곧 출발했다. 가이드들은 조금도 고삐를 늦추지 않고 계속해서 걷도록 했다. 4시간을 걷고 오후 2시가 되어서 첫 기착지인 만다라 허트에 도착했다. 6시 저녁식사까지 자유의 시간이다.

정상까지 올라가는 4일, 내려올 때 1일을 허트 막사에서 자개된다. 나무로 지어진 허트 막사는 태양열을 이용한 전기로 방을 밝히나 난방은 되어있지 않아 밤에는 춥다. 첫날 밤 20여개 메트레스가 놓인 대형 막사에서 지냈다. 대부분의 막사에는 2층 간이침대 두 개가 있어 모두 4사람이 자도록 되어있다. 나는 추워서 옷을 입었기 때문에 렌트한 슬리핑백이 타이트해서 들어가는데 불편했다. 그러나 막사에서 떨어져 있는 변소를 밤중에 가는 것이 제일 큰 고충이었다.

첫 관문 ‘만다라 허트’백두산 높이로 나무숲 빽빽이 들어서
■6월 12일 (금요일), 등산 제2일


등산 2일째에는 만다라 허트에서 해발 3,760m(12,340피트) 호롬보 허트(Horombo Hut)까지 9Km를 걸어야한다. 5시간이상이 걸린다. 2,800m에서 4,000m지역의 생태계는 작은 히이드 나무들이 무성한 야생식물들의 천국인 황무지이다.

아침 일찍 요리사는 세수를 하도록 따뜻한 물을 플래스틱 그릇에 담아 막사 문 앞으로 가져왔다. 산의 물 온도는 얼음물 정도라 손발을 씻기에 적합지 않았다.

아침 6시 아침 식사 시작, 7시 30분에 호롬보를 향해 출발했다. 첫날과 마찬가지로 내가 앞에 서고 멕스, 최선교사, 윙고 순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아무 말 없이 묵묵히 걷기만 한다. 높이 올라갈수록 호흡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모두가 말없이 걷고 또 걷는다. 전날과 꼭 같은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점심 후에 최선교사는 모쉬에서 산 초콜릿 바를 모두에게 하나씩 돌렸다. 산행할 때 피로회복과 허기증을 면하기 위해 초콜릿을 지참하도록 여행사에서 당부했기 때문이다. 호롬보에 도착한 것은 오후 3시 가까워 이었다. 평지라면 2시간도 걸리지 않은 것을 7시간 이상을 걸었다.

이곳 제2 기착지에서 배정된 막사는 4인용으로 최선교사와 나만이 투숙했다. 6시에 제공된 저녁식사는 스프, 파스타, 생선튀김이 전부였으나 아직도 밥맛은 변치 않았다. 식사 후에는 커피나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뜨거운 물을 항상 제공했다. 최선교사는 킬리만자로 지방의 꿀이 좋다면서 설탕대신 꿀을 나에게 권했다.

‘호롬보 허트’까지 9km 거리 야생식물들의 천국인 황무지
■6월 13일 (토요일), 등산 제3일, 고산적응훈련

입산 후 3일째인 이날은 호롬보 허트에서 고산적응(acclimation)훈련을 하는 날이다. 환경적응훈련으로 킬리만자로에 올라갈 때 발생하는 각종 증세에 적응하는 훈련이다. 4,100m의 지브라 바위(zebra rocks)을 갔다고 다시 호롬보로 오는 것으로 왕복 3시간의 가벼운 트레킹이다.

아침 식사 후 9시가지나 출발하여 2시간 정도 올라가니 지브라 바위가 나왔다. 거대한 바위벽이 온통 얼룩말 지브라(zebra)와 같았다. 그래서 지브라 바위라고 명명되었다. 사진을 찍고 잠시 쉬었다가 하산하기 시작했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계곡과 언덕에는 야생 식물들이 벼가 익은 황금들판처럼 누렇게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나는 이 모습을 여러 장 사진에 박아 넣었다.

정오에 가까이 호롬보 허트로 복귀했다. 점심 후 시간이 너무 많아 무모하게 오후시간을 보냈다. 고도적응을 위한 고산훈련 날이라고 하지만 400미터 올라가는 것이라 고산적응훈련이라고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산을 올라오면서 벌써 어느 정도 훈련이 되었기 때문에 이 날은 휴식시간이라 할 수 있다.

고산지대‘키보 허트’코스는 식물 못 사는 메마른 땅
■6월 14일 (일요일), 등산 제4일

이날은 제3의 기착지인 키보 허트(Kibo Hut)로 강행군하는 날이다. 입산 후 4일째 이날이 주일이란 것도 잊어버리고 있었다. 키보는 해발 4,730m (15,520피트)로 호롬보에서 970m 고지다. 9킬로미터의 코스 거리며 6시간 이상이 걸리는 거리다. 생태계는 4,000m에서 5,000m까지는 산악사막 (alpine desert)지대다.

7시에 조식을 한 후 8시가 지나서 키보로 향하였다. 식물이 살지 못하니 메마른 땅이다. 바위에 발이 부딪치거나 자갈, 흙, 모래에 미끄러지는 경우가 생기게 되었다. 다행히 나는 미끄러진 일은 여려 차례 있어도 넘어지지는 않았다.

사방은 생물이 없어 황량한 산이라 걷는데 볼 것 없고 푸른 하늘만 위로가 되었다. 걷기에 무척 힘이 들었지만 청명한 날씨에 춥지도 않았으며, 고산병인 구토, 두통, 설사 등도 없어 무사히 기착지에 도착했다. 끈기와 인내가 필요한 힘든 코스였다. 오후 3시경 도착하였으니 7시간 걸려서 도착한 것 같다. 도중에 기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우리가 올라가는 도중 들것에 실려 내려가는 사람도 보였다.

■6월15일 (월요일), 등산 제5일, 야간행군
아프리카의 최고봉 우후루 (Uhuru)

키보에서 정상까지 높이 1,165m, 거리 6Km의 마지막 구간은 4구간 중에서 수직으로 7-8시간 올라가는 가장 힘든 구간이다. 생물이 살지 않는 산악사막 지대로 모래, 흙, 자갈, 바위가 전부다.

아침 일찍 호롬보를 출발하여 7시간 가까이 걸어 키보에 도착한 것이 오후 3시 경이었다. 자정이 되기 전에 우후루 정상을 향하여 떠나야한다. 오후 4시가 조금 지나 저녁이 왔으나 갑자기 식욕이 없어졌다.

높은 산을 오를 때 식욕감퇴도 고산병 증세다. 그러나 강행군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억지로 가볍게 저녁을 먹었다. 식사 후 곧 자도록 했지만 잠이 오지 않을 것같아 안내원이 권했던 수면제를 요청했다. 4시간정도 잠을 자고 밤10시가 조금 지나 일어나 마지막 트레킹 준비를 시작했다.

첫째로 입었던 옷을 갈아 입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편하게 옷을 입고 왔지만 지금부터는 렌트한 모든 옷으로 갈아 입어야 한다. 추위, 비, 눈에 대비해서 준비해야 한다.

모쉬에서 등산을 위해 렌트한 것은 상의와 하의의, 두꺼운 내복, 내복 위에 입을 옷, 그 위에 방한복이다. 여기에 눈만 나오는 복면이 있다. 물론 등산화와 양말, 방한장갑도 포함되어 있다.속옷 위에 상하 각각 3가지 옷을 끼어 입고 복면을 쓰고 그 위에 다시 방한복에 달린 후드를 덮어썼다. 그리고 밤길을 걷기위해 머리에 서치라이트를 머리둘레에 묵었다.

비와 눈을 대비한 비옷도 따로 준비했다. 이때까지는 최선교사와 나는 먹을 물, 비옷, 개인 용품 등을 벡팩에 넣어 매고 다녔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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