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동·호수 직접 지정할 수 있고, 실제 살 집 둘러볼 수 있어 장점
▶ 브랜드 프리미엄에 시세 차익까지
#.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에 있는 ‘공덕아이파크’는 현재 전용면적 84㎡의 시세가 7억원에 형성돼 있다. 분양가(6억1,800만원)에 붙은 웃돈만 8,000만원이 넘는다. 하지만 2013년 3월 청약이 진행될 때만 해도 이 단지는 미분양으로 건설사의 애를 태웠던 곳이다. 건설사가 내건 각종 금융혜택을 받아 이 아파트를 산 집주인들은 불과 2년여 만에 큰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전세난 탓에 분양 시장으로 눈 돌리는 사람이 늘면서 청약 시장이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많게는 수 백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고, 당첨이 된다 해도 고삐 풀린 분양가 때문에 마냥 기뻐할 수도 없는 게 사실이다. 이럴 때 치열한 청약에 합류하기 보다 ‘이름’있는 미분양 아파트를 찾아보면 의외로 알짜배기 아파트를 좋은 조건으로 고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7월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3만3,177가구로 전월 대비 891가구 줄었다.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도 같은 기간 소폭 감소해 1만2,062가구로 조사됐다. 특히 전세품귀현상과 높은 전셋값으로 세입자의 부담이 큰 서울은 7월 미분양이 482가구를 기록, 2007년 12월(454가구) 이후 8년여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실수요자들이 적극적으로 미분양 단지에 관심을 보인 덕분이다.
미분양 아파트의 가장 큰 특징은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청약 때는 선택할 수 없었던 동ㆍ호수를 직접 지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2~3년 전 미분양 된 단지들은 완공된 곳이 많기 때문에 입주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고 견본주택이 아닌 실제 거주할 공간을 직접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게다가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한 아파트는 기본적으로 브랜드 프리미엄이 있기 때문에 입지에 따라서는 상당한 시세차익까지 누릴 수가 있다.
실제 지난해 8월 입주를 한 서울 동대문구의 ‘답십리 래미안위브’는 입주 직전까지도 빈집이 있었는데 지금은 완판이 됐고, 전용 84㎡ 기준 시세(5억8,000만~6억2,000만원)가 분양가(5억4,500만원)를 크게 웃돌고 있다. 3,885세대로 대단지를 이루고 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역시 2012년 분양 당시 대거 미분양이 났고 지난해 9월 입주 후에도 불 꺼진 집이 많았지만 올 들어 모두 계약이 됐다. 지금은 전용 59㎡(분양가 4억9,000만원)의 경우 웃돈이 1억5,000만원 이상 붙어 있을 만큼 인기 단지가 됐다.
현재 수도권에서 계약을 진행 중인 브랜드 미분양 중에서 눈여겨볼 만한 곳도 적지 않다. 롯데건설이 경기 용인시 기흥구 중동 일대에 지은 ‘신동백 롯데캐슬 에코’(2,770가구)는 전용 99~134㎡ 잔여 세대를 분양 중인데 중도금 대출 이자 지원, 잔금 일부 3년까지 유예 등 파격혜택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1억4,000만원대면 바로 입주가 가능하다.
현대산업개발은 ‘수원 아이파크시티’(3,360가구) 일부 가구를 주변보다 3.3㎡당 최고 300만원 싸게 분양 중이다. 역시 계약 후 즉시 입주 가능하다. 또 현대건설이 서울 강서구에 지은 ‘강서 힐스테이트’(2,603가구)는 전용 128㎡와 152㎡ 일부 가구를 분양 중인데 역세권(지하철 5호선 우장산)이란 장점이 있고, 바로 입주가 가능하다. 대부분 건설사들이 대출금에 붙는 이자 일부를 지원해 주고 있는데다 계약과 동시에 입주를 할 수 있어 전월세계약 만료를 앞둔 세입자들로서는 좋은 기회일 수 있다.
브랜드 아파트라고 무조건 시세차익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고 미분양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일반 분양아파트보다 더욱 세심히 따져봐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부동산 시장 침체 등 외부 환경 영향을 받아 미분양이 난 곳도 많지만 입지 자체가 좋지 않아 악성 미분양으로 남는 경우도 있다”며 “유명 브랜드 단지라도 도심인지, 역세권인지 등 입지를 잘 살펴보라”고 말했다. 투자용이 아닌 거주용으로 집을 사는 것이라도 언제가 됐든 매매를 해야 할 때 빨리 팔고, 제값을 받으려면 수요가 꾸준히 유입될만한 요소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