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람의 길목에 서서

2015-09-17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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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인 / 글렌버니, MD

하늘은 높고 푸른데
하아얀 구름 베개삼아
숲은 깊은 잠에 빠져
더위를 숨쉰다.
작은 가지의 잎새도
미동치 않는다.

바위 벽을 돌아
먼 길 가던 냇물도
작은 돌 사이에서
소리없이 잠을잔다.

요동치며 퍼붓던
폭포의 물살이
실날같이 가늘어져
가슴을 쪼갠다.


그러나 거기에
숨이 콱콱 막히던 그곳에
바람의 길목이 있었다.

높은 비탈에 선 나무의 잎이 떨린다.
그 잎새의 떨림이 아래 나무잎으로
또 다음…

누가 바람이 휙 지난다 했을까?


나는 그 바람의 길목 맨 끝에 서서
내게 오는 시간을 샌다.
내 앞에 나뭇잎이 흔들린다.

바람은 무더위를 쫓으며
사랑을 남겨논 채 스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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