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희 씨를 기억하며
2015-09-10 (목) 12:00:00
어릴 적, 여름 방학을 하고 집에 있으면 늘 점심은 열무김치와 상추, 풋고추가 반찬이었다. 시골에서 자란 친정어머니는 집 주변에 늘 텃밭을 만들어 여름 먹거리를 해결하시곤 했다. 물방울 송글송글 어린 상추를 먹노라면 지금도 어린시절의 된장과 곁들인 점심의 맛이 되살아나곤 한다.
한국학교 교사를 하면서 처음 채수희 씨를 만났다. 첫 인상이 어린 시절의 어머니 같은 푸근함 때문에 그저 사랑에 푹 빠졌다. 내 자신이 가슴에 묻는 아픔을 지나던 시기에 나를 위로해 주시던 어머니 같은 분.
내가 많은 부분에서 부족할진대 그 분은 한 여름의 고추와 상추처럼 나에게 늘 싱그럽고 싱싱했다. 일이 있어 전화를 드리면 나의 생각을 늘 지지해 주시던 분. 한국학교 협의회 행사가 있을 때마다 달려와 든든한 후원군이 되어 주셨던 분. 무대 위에서 바라보면 그 분은 늘 나의 생각과 말에 긍정을 해 주셨었다. 싱그런 미소로.
사람에게 삶과 그리고 다른 세상은 이별이다. 그러나 늘 생각을 하듯 멀지 않은 이별일 것이고 다시 만날 날이 머지않았기에 살아있는 인간의 그리움의 슬픔은 있지만 다음을 기약하는 기다림도 있다.
그 분이 살아오셨던 어머니의 차분하고 조용한 삶, 그러나 인간이 살면서 가장 많은 기억과 영향을 받는 그 무엇으로 나는 그 분을 기억을 한다.
마치 여름날의 싱그러움을 주었던 내 주변의 사물을 기억하듯이 그 분은 많은 사람들의 인생살이의 기억에서 살아남아 그들에게 늘 싱그러움을 주리라 확신한다.
예상치 않게 어르신을 잃고 슬퍼하는 유가족들과 친지들에게 애도의 마음을 보내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