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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내 아이가 노출사진 찍어 올린다고?

2015-09-0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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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급진단-SNS 음란의 바다에 빠진 우리 아이들

단순히 보는 차원 떠나 야한사진 공유 등 일탈
운영회사들, 신조어 속속 등장 모니터링 한계 “난감”

#사례 1. 퀸즈 베이사이드에 거주하는 박모씨는 요즘 중학교 2학년 아들의 행동이 영 못마땅하다. 방과 후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손에서 놓지 않는 스마트폰 때문이다. 아들은 식사 중에도, 화장실에서도, 심지어는 걸으면서도 스마트폰 삼매경이다. 박씨는 아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 뭘 하는지 물어봐도 "그냥 친구들과 SNS를 한다"며 방문을 닫기 일쑤다.

어느날 아들의 스마트폰을 우연히 집어든 박씨는 요즘 10대들이 가장 즐긴다는 ‘인스타그램’ 어플을 실행시켰다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아들의 스마트폰 화면위로 수많은 여성들의 나체사진과 심지어는 남녀의 성행위 장면이 담긴 동영상 등이 그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례 2. 고등학생 큰 딸을 둔 50대 주부 최모씨. 무심결에 딸의 방문을 노크 없이 열었다가 그만 낯 뜨거운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다. 거울 앞에 선 딸이 반라에 가까운 묘한 차림새로 야릇한 포즈를 잡으며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놀란 최씨가 다그쳐 물으니 "최근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이 바로 야한 포즈로 몸매를 뽐내는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처럼 최근 한인 청소년들이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음란의 바다로 빠져들고 있다.

스마트폰의 발달과 함께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가 우리 생활의 일상으로 자리 잡은 지는 이미 오래전이다. 특히 요즘 10대들은 사진과 동영상을 손쉽게 올리고 검색도 간편한 스마트폰 용 SNS 어플을 통해 친구들을 사귀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한다. 하지만 이 속에서 일탈을 즐기는 한인 청소년들이 늘고 있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차일드센터 아시안 정신건강클리닉의 윤성민 디렉터는 "최근 상담내용 중 한인 청소년들이 SNS를 통해 음란물에 중독되고 있다는 사례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단순히 ‘보는 행위’를 떠나 자신의 몸을 찍어서 SNS 상 타인에게 노출하는 행위도 확산되고 있으니 부모들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지난 몇 년간 전 세계 10대들이 가장 많이 애용하고 있는 스마트폰 SNS ‘인스타그램’은 음란물이 가장 많이 범람하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세계최대 SNS 업체 ‘페이스북’이 인수하며 총 사용자수가 3억명을 넘어서는 ‘인스타그램’의 특징은 바로 게시물 검색과정을 단순화 시킨 ‘해시태그’(#) 기능이다.

검색창에 ‘#’ 표시와 함께 검색어를 입력하면 관련 게시물을 손쉽게 찾아준다. 하지만 이런 해시태그 기능이 인스타그램에서는 음란물 검색기로 변신하는 것. # 표시 뒤에 성과 관련된 단어(sex, sexy, seduce...)를 입력하는 순간 낯 뜨거운 사진들이 순식간에 떠오른다. 한글로 입력한 검색결과는 더욱 심각하다.

사진 게시물이 중심인 인스타그램은 글보다 사진과 영상을 선호하는 10대 청소년들의 입맛에 들어맞아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청소년 이용자가 대부분인 인스타그램에서 아무런 제한 없이 쉽게 음란 사진과 영상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문제의식 없이 자신의 몸을 노출하는 일탈 청소년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SNS 일탈 청소년들이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윤 디렉터는 "예전에 비해 ‘자기애’가 높은 요즘 10대들이 타인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욕망을 잘못된 방식으로 받아들여 표출되는 경우"라며 "단지 ‘팔로우’ 수와 ‘좋아요’(like) 수를 늘리기 위해 일탈행위를 일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SNS 음란물 노출이 심각하지만 특별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SNS를 직접 운영하는 회사들은 전담 모니터링 요원들을 두고 음란 게시물을 단속하거나 검색란에 성관련 단어를 금지어로 두는 등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전세계 수억명의 이용자들을 일일이 감시하기 힘들뿐더러 성관련 검색 신조어가 계속 등장하고 있어 특별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한미정신건강협회의 배영서 회장은 "SNS를 통해 음란물에 중독되거나 스스로를 노출하는 일탈행위에 빠진 청소년을 제도나 규율, 기술로 막기는 힘들다.

결국 부모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며 "혹시라도 이런 행동을 하는 자녀를 접했을 경우 절대로 야단을 치거나 창피를 줘서는 안 된다.
차분한 대화를 통해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올바른 방향을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천지훈 기자> 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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