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판교 오피스 공급량 40배 껑충… 무너지는 3대 권역

2015-09-03 (목)
크게 작게

▶ 광역교통망 발달·稅 혜택 업고 송도·마곡 등 밀집지 다양해져

▶ 상암DMC도 10년새 20배 늘어 "권역별 아닌 등급별 분석 필요”

1990년대 중반 이후 20년 가까이 유지돼온 서울 오피스 시장의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서울 오피스 시장은 여의도·도심·강남 등 3대 권역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광역 교통망이 발달하고 정부가 특정 업무 권역에 세제 혜택을 비롯해 다양한 유인책을 제공하면서 오피스 밀집촌이 기존 3대 권역을 넘어 서울 외곽과 경기도 지역으로 폭넓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상암·판교·송도·마곡 등 새로 급부상하는 오피스 지구

=1일 부동산 컨설팅 업체인 CBRE에 따르면 내년에 상암DMC의 오피스 누적 공급량은 약 172만3,831㎡로 늘어난다. 이는 10년 전인 지난 2006년의 7만3,438㎡에 비해 20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판교도 새로운 오피스 지구로 급부상했다. 2009년 판교의 오피스 공급면적은 7만2,656㎡였으나 올해 말에는 294만7,177㎡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말에 제2 판교 테크노밸리도 착공을 앞두고 있어 앞으로 판교 오피스 지구는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암과 판교 외에 송도와 마곡도 떠오르는 오피스 밀집촌이다. 송도의 경우 동북아무역타워·센터로드·포스코E&C타워 등 연면적 10만㎡ 이상 되는 오피스 빌딩이 대거 들어서면서 현재 오피스 면적이 95만6,448㎡로 증가했다. SH공사가 주도하고 있는 마곡 지구는 개발면적이 366만㎡에 달하는 연구개발(R&D) 단지다. 이처럼 서울 외곽과 경기도 지역에 신규 오피스 밀집촌이 등장하면서 기존 3대 권역에 있던 임차인들이 이들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상암DMC에는 여의도에 있던 MBC를 비롯해 남대문에 있던 YTN, 도심에 있던 JTBC 등이 둥지를 트는 등 언론사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판교는 주로 강남에 있었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현재 개발이 한창인 마곡지구에는 LG와 코오롱·대우조선해양·이랜드 등 대기업 계열사를 포함해 총 60여개 기업들이 입주할 예정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의 오피스 지구는 가장 먼저 도심 지역이 발달했고 여의도는 1980년대부터 금융 중심으로 특화됐으며 올림픽 이후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한 강남권역도 발달하기 시작해 1990년대 중반부터 3대 권역이 형성됐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기존 틀이 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역 교통망 발달과 정부 지원책 효과…경기 침체도 원인

=오피스 밀집지가 다양해지는 주요 원인으로 우선 광역 교통망의 발달을 들 수 있다. 인천공항철도를 비롯해 신분당선·경의중앙선 등 2010년 이후 준공됐거나 개발 중인 광역 교통망은 10개가 넘는다. 교통망의 발달은 서울 중심부에서 외곽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크게 단축시켰다.
특정 업무 권역에 대한 정부의 각종 세제 혜택과 저렴한 토지 매입 기회 제공도 임차인들이 기존 3대 권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 경기 침체로 임차인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사무실을 옮기는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이 같은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

김동혁 CBRE 이사는 "수도권 지역의 교통 인프라 향상과 이에 따른 신규 권역의 형성으로 서울 오피스 시장의 탈중심화(Decentralisation) 현상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마곡과 제2 판교 권역의 공급과 더불어 기존 특정업무권역의 전매제한이 해제되는 시점에서는 이러한 현상들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3대 권역 중심의 오피스 시장 공식이 무너지면서 오피스 시장을 기존 권역별이 아닌 등급별로 분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최근 들어 소위 3대 권역 외에도 마포·서대문·용산 등에서도 대형 오피스의 공급이 증가하고 있으며 등급별로 임대료와 공실률에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며 "기준의 권역별 오피스 시장 분석을 넘어 등급별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고병기 기자> staytomorrow@sed.co.kr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