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가 지나고 난 후 부터는 텃밭농사가 정점에 와 있다고 할 수 있다. 쑥, 참나물, 신선초, 돗나물, 부추 등이 긴 겨울을 뚫고 처음으로 잎사귀들이 나와 흥분과 설레임으로 대하게 하더니 지금은 오이, 호박, 고추, 깻잎, 가지, 토마토 등 각종 야채들이 모조리 열매를 맺어 하루가 지나기 무섭게 성장하여 수확물들을 쏟아내고 있다. 수확할 때마다 햇빛과 비를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감사하며 거두어드린 야채들을 씻고 갈무리하여 한가지, 한가지 반찬으로 만들어 식구들 밥상에도 올리고, 교회 교우들과도 함께 나눌 것을 생각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기쁨과 고단함이 동반되는 요즈음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손바닥만한 작은 텃밭에도 생존의 진리가 있음은 넓은 세상이나 마찬가지이다 힘센 자가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세계라 할까? 호박과 돼지감자가 우리 집에선 제일 왕성하게 자라고 있다. 어느 집이고 텃밭에서 제일 땅을 많이 차지하고 있는 작물은 호박일 것이다. 꼬불꼬불한 넝쿨손으로 닥치는 대로 휘어잡고 뻗어나가는 그 넝쿨의 강세를 보고 있노라면 무섭기도 하다. 4 ,5월에 열심히 베어 먹었던 부추는 가까이 심은 호박넝쿨이 무성해지기 시작하니 성장이 둔화되었으며 초반 기세가 좋았던 상추나 참나물, 신선초 같은 것들도 계속해서 영양분을 공급해주지 않으니 더 센 작물에 밀려나기 시작한다. 꽃이 피면 잎이 거칠어져 더 이상 보드라운 나물로 먹기는 포기하고 씨를 받거나 뽑아버리고 만다. 이것이 생명 있는 모든 세계의 질서이긴 하지만 좀 서글픈 마음이 든다.
우리의 믿음생활도 이 텃밭의 진리와 다를 것이 없다. 날마다 말씀과 기도로 경건의 삶을 이어가지 않으면 세상의 봄 직도 하고 먹음직도 한 것들에게 마음과 생각을 빼앗길 뿐 아니라 법이라는 권력구조에 편승하여 합법적으로 들어오는 비진리의 거대한 세력을 막을 수가 없어 우리 집 텃밭의 부추나 상추처럼 시들시들한 크리스천으로 살 수 밖엔 없다.
요즈음 또 하나 힘든 일은 잡초 뽑는 일이다 가꾸지 않아도 어찌 그리 잘 자라고 잘 퍼져나가는지.. 오죽하면 “잡초는 무관심을 먹고 자란다”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엊그제 장미 두 그루를 뿌리째 뽑아버렸다. 가시에 찔려가며 잡초를 뽑기 싫어서 게으름을 부리다보니 결국 거의 죽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뽑아도 뽑아도 끝이 없는 풀들을 그냥 못 본체 놔 둔다면 아마도 우리 집이 쑥대밭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그래서 잡초 뽑을 때는 죽기 살기로,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덤벼들어야 한다.
성경의 씨뿌리는 비유, 농부의 비유, 알곡과 가라지의 비유 등 많은 비유들이 농사짓는 일에 관련된 것이 많음은 심은대로 거두는 것이 정직한 땅의 방법이요, 곧 하나님 나라의 진리이기 때문은 아닐까. 아를 깨닫는 소중한 믿음의 학습장이 바로 나의 작은 텃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