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혼의 창’

2015-08-19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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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현대인은 극대화된 이기주의와 물질숭배 사상이 지배하는 사회속에서 서로 대립하고 투쟁해가며 점차 인간성을 상실해가고 있다.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기계를 만들고 풍족한 소비를 위하여 대량생산과 분업으로 산업을 발전시켰지만 오히려 인간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기계에 의해 상품화되고 노예화되고 말았다.

요즘같이 극심한 경쟁구조 속에서 내가 일등이 되고 남보다 더 잘 살게 되는 것은 따지고 보면 남의 고통을 딛고 내가 일어선 결과다. 인간관계는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주위가 행복해지려면 내가 먼저 행복해져야 한다.


이민생활에서 오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피로에다 요즈음은 지속돼온 불경기에 기온마저 화씨 90도를 상회하고 있어 불쾌지수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위에서는 이민의 연륜이 길어지다 보니 아픈 사람들 투성이고 주위 사람들이 하나 둘씩 세상을 떠나고 있다. 문제는 그럼에도 우리가 천년만년 아프지 않고 오래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는 점이다.

봄, 여름 상반기에 이어 벌써 하반기를 맞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들의 인생도 후반기에 접어든 이 시점, 부지런히 달려온 지난날을 잠시 멈춰 서서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더 나은 내일을 기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하던 일을 멈추고 쉬는 행위를 두려워한다. 뒤쳐지는 것 같고 모자라는 것 같은 생각 때문일 것이다. 실은 오히려 쉬었다 가면, 멈췄다 다시 하면 훨씬 능률이 오르는데도 말이다. 잠시 멈추는 것은 내일을 위한 에너지 충전을 위해 자기 자신을 더 확실하고 투명하게 투영하기 위함이다.

누구에게나 영혼의 창이 있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영혼의 창 앞에 잠시 머물러 자기 내면을 바라보는 것은 너무나 값진 일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부분 그 창을 제대로 들여다 볼 여유를 갖지 못하고 그저 바쁘게만 살고 있다.

이들을 위해 영혼의 작가로 유명한 미국인 켄 가이어가 ‘영혼의 창’에서 해주는 말이다. “여기 좀 보렴, 이 창을 들여다 봐. 네 영혼을 보여주는 창이란다. 이 창은 너에게 내가 누구이며 네가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네 삶의 소리에 귀 기울일 때 네가 평생 하게 될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네 삶이 너를 어디로 부르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단다.”

현대사회에서 속도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아무리 빠른 속도로 달리더라도 이따금 멈춰 서서 옆도 살펴보고 뒤고 돌아보고 안도 들여다보는 여유다. 미국인들이 아무리 재정이 넉넉지 않고 하던 일이 많아도 무조건 여름 휴가철이면 다 손 놓고 잠시 어디론가 떠나는 이유도 그것이다. 잠깐 멈춘 사람이 더 높이 더 빠르게 더 멀리 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인생의 성공을 위해 달리고 있다. 그러나 잠시 눈에 띄는 밝은 햇살도 보고 사랑하는 자녀나 주위 사람들의 화사한 미소도 보고 가까이 있는 가족이나 친구의 따스한 심성도 느껴보고 하면서 달려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우리는 현실적 고통에 가려 지극히 이런 작은 행복도 맛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때가 많다. 또 아침이 되면 “아, 새아침이다!” 하고 반가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사로잡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생활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영혼을 살찌우고 자신을 강하게 만들 수 있는 정신적 에너지 즉 잠깐의 쉼, 멈춤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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