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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가슴으로 즐기는 ‘힐링’ 여행의 진수

2015-07-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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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가슴으로 즐기는 ‘힐링’ 여행의 진수

쪽빛으로 출렁이는 바다, 오렌지색 지붕, 고색창연한 옛 건물들, 항구에 정박 중인 크고 작은 하얀 배 등이 무척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두브로브닉’의 전경. < iStock>

눈과 가슴으로 즐기는 ‘힐링’ 여행의 진수

16개의 호수와 92개의 폭포가 어우러진 ‘플릿비체 국립공원’은 특유의 아름다움으로 ‘요정들의 숲’으로 일컬어진다.

[크로아티아·발칸유럽]

발칸유럽은 불과 한두 해 전만 해도 우리에겐 다소 낯선 여행지였다.

한때 ‘유럽의 화약고’란 별명으로 불렸기에 여행하기엔 다소 위험한 지역이란 선입견도 존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세르비아에서 제1차 세계대전이 촉발됐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독일과 러시아 사이에 자리잡은 지리적 여건 탓에 극심한 파괴를 겪었으며, 1990년대에는 옛 유고슬로비아를 구성한 소수민족이 티토 사후 서로 독립하는 과정에서 잔혹한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곳곳에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다.


그러나 발칸은 전쟁과 내전의 긴 터널을 빠져나와 새로운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 그리고 아픈 역사를 딛고 일어선 이들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평화롭고 여유로운 이곳 사람들의 모습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발칸은 마치 숨겨진 보석처럼 전 세계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유럽의 숨은 비경인 발칸은 지금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한껏 발산하며 한인들의 마음까지 사로잡고 있다.

최근 발칸의 맹주인 루마니아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닉, 스플릿, 플릿비체 등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국의 관광지들을 유창하게 언급하며 여행 일정을 문의해 오는 고객들을 쉽사리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오래 전부터 발칸유럽을 소개하고 그 특별한 아름다움을 알리고자 노력해온 필자로서는 남다른 보람과 자부심을 갖게 되는 대목이다.

발칸유럽은 유럽 대륙의 동남쪽, 지중해와 아드리아해와 흑해 연안에 위치한 나라들을 일컫는다. 루마니아, 불가리아, 마케도니아, 세르비아, 보스니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통로에 자리해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로마, 이슬람제국, 합스부르크 제국, 오스만투르크 제국,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열강들의 각축장이 돼 왔다. 역사적으로는 힘든 세월을 보냈지만 그 덕분에 다양한 문화가 한데 버무려지면서 독특한 문명의 모자이크를 만들어냈다. 발칸이 ‘유럽 속 또 하나의 유럽’이라 불리는 이유다.

2013년 ‘꽃보다 누나’란 TV 프로그램에 소개되며 한인 관광객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던 크로아티아뿐 아니라 발칸유럽 전체가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의 보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에게 최근에 알려졌을 뿐이지 유럽인들에게는 진작부터 평생 꼭 한 번가고 싶은 여행지이자 휴가지로 사랑을 받아왔다.

흔히 서유럽 여행을 ‘역사 문화투어’라고 한다면 발칸유럽은 ‘힐링투어’의 진수라 할 수 있다. 웅장하고 화려한 문화유적과 함께 예쁘고 아기자기한 풍경들이 즐비해 며칠이고 걷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일정을 쪼개 여기저기 바삐 뛰어다닐것이 아니라, 천천히 2~3시간 산책하듯 걸으며 즐기는 것이 훨씬 잘 어울린다.



#크로아티아

발칸유럽의 상징과도 같은 크로아티아에는 환상적인 볼거리가 즐비하다. 특히, 지상낙원이라 불리는 두브로브닉은 아드리아해를 마주하고 해안을 따라 축조된 성벽과 옛 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을 만큼 최고의 여행지로 손꼽힌다. 오렌지빛깔의 뾰족 지붕들이 즐비한 마을과 아드리아 해를 양쪽으로 내려다보며 성벽을 산책하는 코스는 ‘꽃보다 누나’ 프로그램에서도 최고의 낭만이란 극찬을 받았다.

16개의 호수와 92개의 폭포가 어우러진 플릿비체는 발칸반도 전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립공원으로 평가받는다. 카르스트 지형의 석회암 계곡사이로 흘러내리는 각양각색의 폭포는 곱고 신비로운 에메랄드빛 호수와 연결돼 환상적인 풍경을 이룬다. 폭포 주변은 음이온이 풍부해 피곤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어 힐링투어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루마니아

숲 속에 자리 잡은 고요하고 아름다운 펠레쉬성은 국보 1호이며, 내부에 수많은 정교한 장식과 벽화 등이 전시되어 있다. 소설 ‘드라큘라’의 배경이 된 브란성에서는 동화책 속에나 나옴직한 낭만적인 중세 건축물의 진수를 느낄 수있다.

또한 부카레스트에서는 지상에서 인류가 세운 건물들 중 세 번째로 규모가 크며, 평양의 금수산 궁전을 모방한 차우세스쿠 궁전을 만날 수 있다. 차우세스쿠 궁전은 지상 11층, 지하 3층 규모로 가로 길이가 270m, 세로는 240m에 달한다.


#불가리아

웅장한 산과 아름다운 자연을 지닌 불가리는 ‘발칸반도의 스위스’로 불린다. 발칸지역 교통의 요지이며 문화가 교차하는 수도 소피아에는 교회, 성당, 모스크가 어우러져 도시 전체가 독특한 색채를 띤다. 오스만투르크 제국시절 박해를 피해 건설된 세인트 페트카 지하교회는 돌담으로 만든 소박한 겉모습과 달리 화려한 내부가 놀라울 따름이다.

발칸반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알렉산드르넵스키 대성당, 유럽 전체에서 가장 오래된 이슬람사원 중 하나인 바냐바시 모스크도 반드시 둘러봐야 할 명소다.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는 7,000년 역사를 자랑하며, 고대와 현대의 다양한 문화유적이 남아있다. 아픈 역사의 상징이기도 한 군사박물관은 제1, 2차 세계대전에서 사용된 4만여점의 무기들을 전시하고 있다.

왼쪽으로 사바강, 오른쪽으로 도나우강이 만나는 칼레메그단 요새는 마치 공원처럼 한가롭고 평화로운 풍경을 연출하지만, 실상은 오랜 전쟁으로 인해 재건축을 반복해야 했던 아픈 역사를 들려준다. 베오그라드에서 가장 오래된 사보르나 정교회, 젊음과 패션의 거리로 변모한 최고의 번화가 크네즈 마하일로 거리도 대표적인 볼거리다.


#보스니아

사라예보는 발칸반도 최대의 이슬람 도시이면서 ‘발칸의 예루살렘’이란 별명을 가진 기독교 도시이기도 하다. 가톨릭 성당, 주이시 템플, 정교회 성당, 개신교 교회를 동시에 품고 있다.

유럽 문화와 이슬람 문화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지만 오랫동안 전쟁의 비극 속에서 신음했다.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를 저격함으로써 제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되었던 사라예보 사건은 라틴 다리라고 하는 작고 소박한 돌다리에서 일어났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전쟁의 시발점이 되었던 이곳을 찾아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든다.


#슬로베니아

‘유럽의 미니어처’라고 불리는 슬로베니아는 아드리아해와 만나는 발칸반도 북서쪽에 위치하고 있어 알프스와 지중해, 중세 도시의 매력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알프스산 아래 울창한 숲과 그림 같은 호수를 병풍처럼 두른 블레드성은 차원이 다른 아름다움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에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블레드 호수는 긴 쪽 지름이 2.1km, 짧은 쪽이 1.4km, 깊이는 최고 30m에 이른다.

호수 주변에 조성된 아름다운 마을을 따라 산책을 즐길 수도 있고, 호수 한가운데 그림처럼 우뚝 솟은 블레드섬과 성모 마리아 교회를 방문해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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