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창간43주년]오가영 큐레이터와 함께 하는 호놀룰루미술관 한국관 나들이 (2)

2015-07-21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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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으로 빚은 비색(翡色)의 꿈, 청자(靑磁)

고대로부터 귀하게 여겼던 옥(玉)을 연상시키는 도자기가 있다. 매끄럽게 반짝이는 표면과 신비로운 색을 가진 청자(靑磁)이다. 지금으로부터 일 천년 전에 한반도에서 유행했던 청자는 흙으로 빚어낼 수 있는 당대 최고의 공예품이었다. 점토로 만들어 높은 온도의 불로 구워낸 도자기(陶磁器)는 약 일만 년 전 농경생활을 시작할 때 발명되어 인류의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특히 높은 온도에도 녹아내리지 않는 양질의 점토와 풍부한 연료를 지닌 동아시아에서는 도자기를 1,000 ℃ 이상으로 구워내는 기술과 유약(釉藥) 제조기술이 함께 발달했다. 중국에서는 이와 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기원 후 1세기 경 부터 초보적인 단계의 청자를 제작하였고 8세기 후반 경 양질의 청자 제작에 성공하면서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갖추었다.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까웠던 한국은 그들의 완성된 기술을 받아들여 9~10세기부터 청자를 만들기 시작했고, 곧이어 중국의 영향을 벗어나 독자적인 청자 문화를 만들어냈다. 한국의 청자는 고려시대(918-1392)를 대표하는 공예품이다. 고려청자는 아름다운 빛깔과 우아한 형태, 세밀한 장식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특히 고려청자만의 맑고 푸른 색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청자의 매력적인 빛깔은 고려시대에도 특별한 것으로 여겨졌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으로부터 900여 년 전, 중국 송나라의 사신 서긍(徐兢)이 고려를 다녀가면서 지은 책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는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구절이 등장한다. 1123년 고려를 방문한 서긍은 고려사람들이 최근들어 도자기를 만드는 기술이 좋아졌다고 칭찬하면서, 특히 그 빛깔이 푸른 것을 비색(翡色)이라 부른다고 기록했다. 여기서 한자 ‘비(翡)’는 비취(翡翠) 옥을 의미하는 글자로, 당시 사람들이 청자의 색을 묘사할 때 특별히 귀한 보석 옥에 비유하고 있었음을 확인시켜준다. 호놀룰루미술관에도 고려청자의 비색(翡色)을 확인할 수 있는 유물이 다수 소장되어 있다. 특히 <청자 유개잔, Bowl with Cover>(58ab)은 옥을 연상시키는 고려청자의 색을 대표하는 유물로 손 꼽힌다. 단정한 형태에 깨끗하고 맑은 유약이 더해진 이 유물은 적당한 양감으로 봉긋하게 솟아오른 뚜껑과 꽃봉오리를 연상시키는 꼭지의 모습이 균형을 이루며 세련된 느낌을 준다. 미술관 설립자였던 앤 라이스 쿡(Anna Rice Cooke)이1927년 미술관 개관 당시 기증한 작품 중 하나로 미술관의 오랜 역사 동안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수작(秀作)이다. * 이 유물은 2015년 8월 13일부터 11월 8일까지 개최하는 “화려함과 단아함: 호놀룰루미술관의 한국 도자Splendor and Serenity: Korean Ceramics from the Honolulu Museum of Art” 특별전에서 만나볼 수 있다.

<호놀룰루미술관 관람 정보>
Honolulu Museum of Art
900 South Beretania Street
808-532-8700
www.honolulumuseum.org

관람료일반 10 달러
만 17세 미만 무료 입장
관람시간화요일-토요일 10:00-16:00
일요일 13:00-17:00


* 매주 월요일 휴관
* 매주 화요일 10:00~12:00은 한국어 도슨트 투어 가능
* 무료 관람일 및 휴일 관람시간은 홈페이지 참고

<하와이 한인미술협회 후원>

오 가 영
호놀룰루미술관 아시아부 한국미술 담당
한국국제교류재단 파견 객원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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