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사찰, 백중 지장기도.천도재 봉행 잇달아
지난해 뉴욕원각사에서 봉행한 백중 천도재에서는 특별히 세월호 희생자와 미국 원주민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이들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한국일보 자료사진> .
뉴욕·뉴저지 한인 사찰마다 백중(음력 7월15일)을 앞두고 지장기도와 천도재 등을 봉행한다.
백중은 논농사에서 가장 고된 세벌 김매기를 끝낸 농민들이 여름철 휴한기에 휴식을 취하며 백중놀이를 즐기던 대표적인 여름철 농민 명절이다. 동시에 한국 불교에서는 부처의 탄생, 출가, 성도, 열반일을 합친 4대 명절에 더해 우란분재가 행해지는 5대 명절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란분재는 지옥에 떨어진 조상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올리는 재를 의미하며 불가에서는 먼저 돌아가신 부모와 조상들의 공덕을 기리고 좋은 곳으로 천도되길 기원하면서 더불어 자신의 업장을 소멸하는 참회의 기도를 드리는 시기다.
특히 백중일은 음력 4월 보름부터 7월 보름까지 3개월간 한 곳에서 좌선과 수행에 전념한 승려들이 수행을 끝내는 일명 ‘하안거’의 마지막 날과도 일치하며 하안거를 끝내고 청정해진 스님들에게 돌아가신 부모와 조상의 극락왕생을 위해 공양하는 날이기도 하다. 지극 정성으로 비는 지장기도와 천도재 및 공양은 효심을 일깨워 공덕을 닦고 효심이 불심임을 깨닫게 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원래는 음력 5월26일 입재해 매 7일마다 일곱 번씩 재를 올리고 49일째 되는 음력 7월 보름날 회향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는 올해 양력을 기준으로 7월11일과 8월28일에 해당되지만 각 사찰마다 규모나 형편에 맞춰 신도들의 편의를 감안해 나름의 일정으로 봉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뉴욕·뉴저지 한인 사찰에서도 다양한 일정의 행사가 예정돼 있다.
맨하탄에 있는 뉴욕조계사(주지 도암 스님)는 이달 5일 지장법회를 시작으로 입재해 8월30일 회향한다. 특별히 올해 조계사 백중 지장기도는 네팔 대지진을 비롯해 각종 사고와 재난으로 희생된 모든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릴레이 절 수행으로 진행된다. 신도들은 사찰을 방문하거나 각자 집에서 매일 108배 등 절 기도한 횟수를 절에 비치된 보드에 기입해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마음을 모을 계획이다.
뉴욕원각사(주지 지광 스님)와 뉴저지보리사(회주 원영 스님)는 5일 백중 49일 기도 입재를 시작으로 8월23일 회향한다. 부모와 조상은 물론 현재의 ‘나’를 있게 해준 인연 있는 영가들의 은덕을 기리고 그들의 왕생극락을 발원하는 불공과 시식 등을 준비 중이다.
뉴욕백림사(주지 혜성 스님)도 5일 초재를 올린 뒤 49일간 참회의 지장기도를 봉양한 후 8월16일 회향한다. 뉴욕불광선원(주지 휘광 스님)은 8월2일 입재해 8월23일 회향하며 마하선원(주지 서천 스님)은 이달 12일 기도 입재 후 8월23일 합동 천도재로 회향한다.
롱아일랜드에 있는 청아사(주지 석담 스님)는 별도의 백중 기도는 실시하지 않지만 대신 음력 4월15일(양력 6월1일)부터 이미 시작한 하안거 100일 기도가 끝나는 음력 7월15일(양력 8월28일)에 맞춰 회향할 예정이다.
백중 기도 기간 동안 각 사찰에서는 불자들이 모신 위패를 놓고 저승에 있는 영가들이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천도) 극락왕생하도록 부처의 말씀을 들려주며 매일 축원 기도도 드려준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