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지역 경험 없다고 10년 경력 무시
▶ 회사 규정없어 불공정 경쟁 자주 발생
[회사 옮기는 에이전트들]
부동산 업계에서 에이전트들의 회사 간 이동이 매우 잦은 편이다. 진입에 큰 장벽이없는 만큼 떠날 때도 큰 제약은 없다. 회사를 옮기는 이유 중에는 더 높은 수수료를 받기 위한 것이 많지만 다 그렇지는 않다. 에이전트를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등 혜택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떠나는 에이전트를 말리기 힘들다. 리얼터 매거진이 소개한 회사를 떠나는 에이전트들의 사연을 들어본다.
■ 반드시 ‘돈’ 때문만은 아니다
회사를 떠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더 높은 보수를 제안 받았거나 좋은 근무환경을 찾아서 사표를 던지게 된다.
부동산 중개업계에서는 업체 간 에이전트 이동이 매우 잦은 편이다. 부동산 에이전트 중에는 계약직이 대부분이라서 회사를 옮기는데 큰 제한이 없다. 부동산 에이전트가 현재 몸담고 있는 회사를 박차고 나오는 이유는 돈 때문만은 아니다. 회사별로 각기 다른 수수료 배분율을 제시하는데 높은 배분율을 제시하는 업체로 옮겨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다.
업체가 소속 에이전트가 벌어오는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에이전트에게 각종 비용을 부과해 수익을 올린다고 판단되면 에이전트는 미련 없이 사표를 던진다. 비록 계약직 직원이지만 고정직 직원과 같은 관계를 원하지만 업체와 이런 관계가 형성되지 못할 때도 회사를 옮기는 사유가 된다. 리얼터 매거진은 최근호에서 업체를 옮긴 에이전트들의 사유를 직접 들어봤다.
■ 짐(가명): 업체 선정 때 로케이션이 역시 중요
지난 10년간 약 5곳의 중개업체를 두루 거쳤다. 직전 업체에서는 약 3년, 현재 업체에서 일한지는 약 1년째를 맞고 있다. 그동안 회사를 수차례 옮겨야 했던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첫째는 업체 측의 과도한 비용 부담이고 둘째는 업체가 위치한 지역이 고객 유치에 적절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업체의 경우 업체주가 ‘짠돌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에이전트에게 각종 사소한 비용 부담을 떠넘기는 성격이었다. 사무실 집기 사용료로 매달 일정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만약 거래가 한 건이라도 성사된 달은 비용이 면제된다.
그런데 한 달에 거래를 3건이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업체주가 그 다음 달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통보해왔다.
한 에이전트는 거래 성사 후 수수료를 은행으로 이체해 달라고 부탁했다. 업체주는 은행 이체 비용 30달러를 해당 에이전트에게 부과하려고 하자 에이전트는 자신의 수수료 배분율인 80%에 해당하는 이체비용을 내겠다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이후 몸담았던 업체를 옮기게 된이유는 업체가 위치한 지역 조건 때문이다. 사무실 방문자들을 통해 고객을 발굴하는 편이라 쉽게 방문할 수 있는 업체를 위주로 찾았다. 그래서 찾은 업체는 식당이 즐비해 길가에 사람들의 발길이 많은 곳에 위치한 업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발길은 기대 이하였고 대부분 창문에 부착된 매물정보만 훑어보고 가는 정도였다.
또 업체가 보유한 매물과 방문자들이 찾는 매물조건이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사무실 앞 주차공간이 부족해 방문자들의 사무실 출입이 번거로운 점도 문제였다.
■ 바네사(가명): 낯선 회사 문화가 날 움직였다
부동산 에이전트로 근무한지 약 15년째다. 그 중 약 13년간 한 업체에 소속됐는데 약 2년 전 남편과 타주로 이사하면서 정든 업체와도 이별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 몸담게 된 업체는 지역에서 전통이 깊고, 이름도 꽤 알려진 독립업체였지만 근무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회사를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소속 에이전트들은 마치 동창회 회원인 것처럼 마치 서로 서로 학연과 지역으로 거미줄처럼 엮여 있었지만 나와 연관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회사 내 관계뿐만 아니었다. 새 지역에서의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 10여년 간의 중개경력을 마치 풋내기처럼 취급받는 것도 참을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다른 부동산 용어를 사용하면 ‘이 지역에서는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라는 핀잔 섞인 조롱이 금세 들려와 힘들게 했다.
그러던 중 거래를 하게 된 상대방 업체의 대표 브로커와 관계가 형성됐다. 해당 리스팅 에이전트가 부득이하게 출국해야 하는 이유로 브로커가대신 거래를 담당했다. 거래가 순조롭게 진행된 것뿐만 아니라 상대 브로커와 좋은 관계가 형성돼 거래 완료 후 식사까지 함께 하게 됐다. 결국 스카웃 제의를 받고 회사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새 회사에 둥지를 틀자마자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약 넉달 만에 3건의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성공했다. 직전 업체에서 느끼지 못했던 존경심이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는 원동력으로 이어진 것 같다.
■ 진(가명): 적절한 회사규정 부재
뉴욕 교외 지역의 소규모 ‘맘앤팝’ 업체 소속으로 약 10여년간 활동한 바 있다. 10여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하루아침에 옮겨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벌에 물린 일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벌에 쏘여 응급실을 가야 할 상황이었는데 다음 날 개최하기로 한 오픈하우스를 대신 맡아줄 에이전트가 한 명도 없었다. 오픈하우스를 개최하기로 셀러와 약속한 지 오래고 그동안 광고를 계속 해왔기 때문에 하루 앞두고 취소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회사 규모가 작은데 따른 단점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적절한 규정이 없어 에이전트 간 불공정한 경쟁이 자주 발생하고 미팅도 거의 없는 편이었다. 일반적으로 과거 고객이 연락해 일을 도와준 에이전트를 찾게 되면 해당 에이전트에게 일감이 주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 브로커는 고객의 전화를 받은 에이전트에게 일감 기회를 주는 등 불공정한 처사가 많았다. 업체의 브로커가 부동산 중개업을 활발하게 하는 브로커라는 것도 문제였다. 분명 나의 노력으로 발굴한 고객인데 단지 나를 지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객을 가로 채가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