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녹색 세상을 위하여

2015-06-24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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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영 기후변화 전문가 워싱턴 DC

지난 목요일 발표된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 가톨릭 신자들에게 보내는 교육 지침서인 인시크리칼은 금년 말 파리의 유엔기후회의에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강력한 국제적 동의안이 나오기를 열망하는 교항의 편지이다.
과학계와 세계는 파리 회의가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의 평균 기온보다 2도 이상의 상승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이 기회를 놓치면 기후변화의 속도는 가속화되어 3도, 4도 이상의 온도로 더 빠르게 줄달음치게 된다. 그 세상을 사실상 어느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다. 한마디로 ‘지옥 같은 세상’ 이라는 말 밖에는. 그 세상은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지난 주 유엔은 현재 난민이 6천만 명에 달했다고 발표 했다. 이는 세계 인구를 60억으로 볼 때 100명당 1사람인 셈이다. 유럽은 현재 끊임없이 밀려드는 난민들로 골치를 앓고 있는데 기후변화는 갈수록 더 많은 환경 난민을 생산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편지에서 교황은 기후변화는 인간이 초래했다는 과학계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더 구체적으로 기후변화의 현상과 그로 인한 물과 토양과 오염의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종교가 과학과 같은 목소리를 낸다는 역사적 의미가 클 뿐만 아니라 교황은 또한 전통적인 기독교적인 가치관에서도 새로운 해석을 내 놓았다. 죄는 가난한 자들에게 관심을 쓰지 않고 환경을 착취하고 자원을 돌려놓지 않는 행위로 규정한다. 그리고 하나님의 이미지로 인간이 만들어졌다는 창세기의 이야기는 인간에게 땅을 지배할 수 있다는 권리를 준 것이 아니고 신의 창조물을 관리하는 청지기 역할의 부여임을 상기시켜준다.
교황은 또한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소비문화와 기술에 대한 지나친 믿음에서 벗어나 변화하기를 요구한다. 그리고 세계가 하루 바삐 화석연료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도록 일반 시민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정치인들에게 녹색 세상을 위한 정책적 설립을 서둘러 줄 것 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인시크리칼 끝 부분에 첨부된 교황이 직접 쓴 기도문을 번역해 보았다.


우리의 땅을 위한 기도 (교황의 기도문)

전능의 주시여!
이 우주에, 그리고 작디작은 생명체에게도 계시는 주님이시여!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부드러우심으로 감싸시는 주님이시여!


당신의 크신 사랑의 힘을 저희들에게 부어 주셔서
저희들로 하여금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돌보고
그 아름다움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평화를 홍수같이 저희들에게 퍼부어 주십시오.
우리가 서로 해하지 않고 형제자매와 같이 살 수 있게 말입니다.

가난한 이들의 아버지시여!
당신의 눈에는 귀중한 이들이 이 땅에서
버려지고 잊혀짐에서 회복되는 일을
우리가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우리의 삶을 치료해 주십시오. 그래서 우리가
이 땅에 공해와 파괴를 심지 않고
다만 아름다움만을 심게 하소서

가난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지구를 유린하여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주님께서 다듬어 주시옵소서.

당신의 밝은 빛을 향하여 걸어 갈 때에
저희들을 가르치셔서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귀중한 가치를 발견하게 하시고
경이로움과 깨달음의 기쁨을 얻게 하시고, 그리고
우리 모두의 생명들이 떼어질 수 없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가 되어 있음을
깊이 깨달게 하소서

주님! 우리의 일상 속에
늘 함께 계셔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정의와 사랑과 평화를 위하여
싸워나가는 우리의 힘든 고투 속에서, 주님,
저희들을 굳건히 붙잡아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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