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크리스 맨)이 크리스틴(케이티 트래비스)을 지하세계로 데려가고 있다.
여가수 칼로타 역의 재클린 폰테인은 자신감 넘치는 공연으로 극의 완성도를 높여주었다.
■ 공연리뷰 팬타지스 디어터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웬만해서는 오리지널을 능가하기 힘든 법이다.
17일 할리웃 팬타지스 디어터에서 개막된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불멸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은 캐머론 매킨토시의 원작을 로렌스 코너(Laurence Connor)가 새롭게 연출한 최신 프로덕션으로, 지난 해 영국에서 시작돼 현재 1년반에 걸친 북미 투어가 진행되고 있다.
오리지널 프로덕션은 지금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27년째 공연되고 있는데, 최장기 공연 기록을 보유한 채 여전히 사람들을 자석처럼 끌어모으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이날 남가주에서 첫 선을 보인 새 ‘오페라의 유령’은 뉴 프로덕션이라지만 크게 바뀐 것은 없다. 좀 더 밝고 화려하고, 좀더 디테일이 있으며, 테크놀러지를 조금 더 사용한 것이 눈에 띈다. 수백벌의 화려한 의상도 거의 그대로인데, 무대 가운데 원통형 기둥처럼 세운 세트가 열고 닫고 돌며 장면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장치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어쨌든 음악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압도적인 ‘오페라의 유령’은 여전히 비장하고 장엄하여 격동적이었다. 무엇보다 52인조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라이브 음악은 ‘오페라의 유령’의 음산하며 신비스럽고, 박진감이 넘치는 마력을 충분히 전달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또 여전히 거대한 샹들리에가 무대 객석을 향해 떨어지고, 호수위로 배가 떠다니며, 오페라 하우스 극장과 사무실과 분장실, 지하 미궁과 묘지 등으로 쉴새 없이 바뀌는 세트도 스펙터클라 뮤지컬의 진수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흉측한 외모로 마스크를 쓴 채 오페라하우스 지하에 숨어사는 천재음악가 팬텀의 역을 크리스 맨(Chris Mann)이, 그가 집착하는 오페라 여가수 크리스틴 다애 역을 케이티 트래비스(Katie Travis)가, 그녀를 사랑하는 연인 라울 역은 스톰 라인버거(Storm Lineberger)가 맡았는데 세 사람 모두 그다지 인상적인 공연을 보여주지 못했다.
사실 이 뮤지컬은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당시 그의 아내 새라 브라이트만을 위해 쓴 작품으로, 그녀와 마이클 크로포드의 명연이 너무도 대단하기 때문에 이들에 필적할 공연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율이 흐르는 스릴과 감동은 무엇보다 가수들의 몰입도에 따라 좌우되는 바, 첫날 오프닝 공연이어서인지 뭔가 꽉 채워지지 않은 허전함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이 세 주역보다 변덕스런 프리마 돈나 칼로타 역의 재클린 폰테인(Jacquelynne Fontaine)이 확실하고 자신감 넘치는 공연을 펼침으로써 작품의 완성도에 기여했다.
한가지 주의. 이 뮤지컬의 노래를 많이 안다고 생각하고 갔는데도 가사를 충분히 알아듣지 못해 답답했다. 나의 영어 문제인지 가수들의 발성 문제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다른 뮤지컬 공연에서는 거의 느끼지 못했던 어려움이 있었다. 공연을 보러가는 분들은 미리 자세한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가는 것이 좋겠다.
8월2일까지 팬타지스 극장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의 유령’은 LA 공연이 끝난 후에는 코스타 메사와 샌프란시스코, 샌디에고에서 공연이 10월말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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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기자>
<사진 Matthew Mur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