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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수익률 리츠… 올 들어 ‘수익률 제로’

2015-06-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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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B, 금리인상 단행하면 경제회복 증거

▶ 전문가, 리츠 투자 조금씩 늘려라 조언

[부동산 자산 간접투자]

올 들어 ‘부동산 투자신탁’(리츠: REITs)의 수익률이 그야말로 죽을 쑤고 있다. 지난 수년간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수익률 실적이 저조하다. 일부에서는 이미 리츠 투자시장이 저물었다며 하루라도 빨리 처분할 것을 권유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금리 인상 전망에 따른 일시적인 수익률 하락 현상이라며 보유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CNN 머니는 최근 부동산 자산 간접투자 수단인 리츠시장의 현황과 전망을 진단했다.


■ 부동산 투자 수단이지만 뮤추얼 펀드와 흡사


리츠는 부동산 자산을 대상으로 한 투자 수단이면서도 건물을 직접 사고팔거나 임대해 수익을 올리는 기존의 방식과 다른 투자방식이다.

부동산 투자신탁이라는 뜻의 리츠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각종 부동산 자산에 투자한 뒤 매매 또는 임대로 발생하는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당금 형태로 나눠주는 일종의 투자회사다. 주식시장의 뮤추얼 펀드와 비슷한 개념으로 주식시장에 상장돼 투자자들 사이에서 실제 매매가 이뤄지기도 한다.

리츠는 아파트, 상가, 사무실, 창고·공장, 병원, 호텔 등 부동산 분야별로 특성화 해 투자하기도 하고 여러 형태의 부동산에 분산투자하기도 한다. 주택시장 침체 뒤 차압이 급증하면서 셀프 스토리지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자 셀프 스토리지에만 전문 투자하는 리츠도 등장, 높은 수익률을 올린 바 있다. 리츠가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하고 주택시장이 침체한 뒤인 2009년부터다.


■ 리츠 시장, 서브프라임 직후 주목 받기 시작

리츠는 부동산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투자방식이지만 건물을 직접 사고팔 필요가 없는 일종의 간접투자 방식이다. 투자자들이 리츠를 선호하는 이유가 바로 간접투자라는 이유 때문이다. 직접 건물 매매와 관리에 나서지 않고도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분산투자 목적으로 리츠에 많이 투자한다. 전문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투자 포트폴리오 중 리츠 비중을 약 5% 내외로 항상 유지하는 편이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몰고온 주택시장 침체로 대공황에 버금가는 경제위기가 찾아왔지만 오히려 리츠시장은 이때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주택차압이 급증함과 동시에 주택임대 수요가 폭발적으로 치솟아 주택임대 수익률이 높아져 부동산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빨라진 것.

반면 주택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곤두박질치면서 부동산 자산을 헐값에 사들일 수 있는 절호의 투자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이때부터 부동산 투자업체들이 활개를 치기 시작하고 리츠 투자도 활성화된 계기다.



■ 채권보다 높은 수익률로 인기

리츠는 주식시장에서 사고팔아 차익을 거둘 수 있는 장점과 함께 투자회사 실적에 따라 배당금도 지급되는 장점이 있다. 은퇴자들이 여유자금을 안전자산인 채권에 투자해 정기적인 이자 수익을 올리듯 리츠도 안정적으로 배당금을 지급한다.

최근 수년간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면서 리츠의 배당금이 채권 수익률을 훨씬 앞지르며 투자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정부 발행 채권의 수익률이 2~2.5%정도인 반면 리츠는 연간 약 4~6%의 높은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리츠가 좋은 실적을 내자 보유 채권을 리츠로 전환하는 투자들이 급증하기 시작했고 최근까지도 현명한 투자전략으로 여겨졌다. 주식처럼 배당금을 받으면서 기초자산이 부동산 자산의 가치가 안정적으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S&P 글로벌 리츠지수의 경우 2009년 3월 이후 올해 5월까지 무려 약 140%라는 놀라운 수익률 고공행진을 기록 중이다.


■ 올 들어 수익률 곤두박질

고수익률로 투자성공이 보장된 것처럼 여겨지던 리츠시장이 올 들어 돌연 삐걱대기 시작했다. 수익률 신기록 행진을 거듭하던 S&P 글로벌 리츠지수가 올 들어 ‘수익률 제로’라는 믿을 수 없는 실적을 내고 있다. 대표적인 리츠인 사이먼 프라퍼티 그룹(SPG), 벤타스(VTR), 헬스케어 리츠(HCN) 등도 올 들어 수익률이 제로 또는 마이너스로 매우 저조하다.

리츠 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이유는 금리 인상 전망이 더욱 확실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할 때마다 수익률에 조금씩 변화가 발생했다.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연준이 올해 말까지 금리 인상에 나서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자 그동안 꿈쩍 않던 투자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채권 수익률이 오른다. 저금리로 수익률이 낮아진 채권시장에서 돈을 빼 리츠에 투자했던 것과 반대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또 채권보다 위험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는 리츠의 특성상 자칫 처분시기를 놓쳤다가 폭락에 따른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일종의 패닉현상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리츠의 수익률은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 발언 때마다 물결친 바 있다. 금리 인상에 대한 발언이 나오면 수익률이 급락했다가 인상시기 연기 쪽에 무게가 실리면 다시 반등하는 패턴을 보여 왔다.


■ 장기 전망 밝아 급처분보다 보유

비중 늘릴 때올해 안에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일단 리츠 처분 움직임은 시작됐다. 그러나 일부 투자 전문가들은 리츠 투자자들을 상대로 패닉에 따른 급처분을 자제하고 오히려 리츠 비중을 조금씩 늘려나가라고 조언한다.

웰스파고 은행은 5월 말 투자 보고서를 통해 리츠시장과 기초자산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펀더멘탈이 매우 강하다는 투자의견을 제시했다.

대형 투자자문 업체 스테이트 스트릿 역시 투자자들에게 리츠의 비중을 신중하게 확대해 나갈 때라는 자문을 최근 내놓았다.

취업이 늘고 신규주택 착공 및 거래가 큰 폭으로 늘고 있어 주택시장의 성장전망이 매우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FRB가 금리를 인상할 때는 경제가 회복 중이라는 확실한 판단이 설 때다. 경제가 불안정하면 섣불리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없다.

만약 FRB가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면 시장은 경제가 완전히 회복됐다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좋다. 경제가 성장하면 부동산 시장 회복이 뒤따른다.

인위적인 금리 인하나 양적 완화 등의 지원이 없어도 부동산 시장이 자체적으로 건전한 회복세를 유지할 수 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의 회복세가 다소 더디지만 건전한 회복세가 쌓이는 중이다. 따라서 리츠 투자자들은 금리 인상 소식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부동산 시장의 회복세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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