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젊었을 때 그렇게 말이 없었나? “당신은 젊어서는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면 내가 묻는 말에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다물었던 이가 지금은 왜 그리 쓸데 없는 말을 많이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며, “나이 탓 인가”하면서 나의 얼굴을 빤히 쳐다 보고 있었다. “나는 꼭 할 말만 하는데, 오히려 당신이 잔소리만 더 늘었는데...” 속으로 혼자 중얼거리면서 그냥 웃음만 자아냈다. 그런데 우리부부가 가정을 이루고 살아 온 지도 어느덧 35년이 흘러가고 있다. 그 중 절반은 서울에서 살았고, 그 이후부터는 메릴랜드에서 생활의 터전을 잡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두 아이들과 이곳에 온지 3년쯤 되던 해에 가게를 운영하게 되었다. 나 보다 집사람이 몸 바쳐 최선을 다 하면서 열심히 기반을 닦았다. 특히 요리사인 집사람이 만든 음식이 손님들의 입소문으로 멀리까지 퍼져서 그런지 큰 탈 없이 장사를 지금까지 잘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가게를 잘 이끌어 가고 있는 그 반면에 우리는 ‘말이 많아졌다. 잔소리가 늘었다’ 그렇게 서로 각자 생각을 달리 했다. 아마도 가게를 시작하고부터 그런 문제가 생겨 난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됐다. 일할 때 우리 부부는 자주 사소한 일에도 의견이 엇갈려서 얼굴을 붉힐 때가 있다. 그런데 가정의 품안에 있을 때는 서로 정답게 웃으면서 아내는 “오늘은 무슨 반찬을 해 먹나”라면서 나에게 물으면 나는 “당신이 하는 음식은 다 맛있어. 뭐든지 좋아요.” 그렇게 대화하면서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곧잘 하는 편이다. 하지만 가게에서 일할 때는 이와는 다르게 자주 “당신은 그리 ‘눈치코치’는 물론 융통성도 없으니 일을 제대로 못하지요”면서 나에게 불평불만을 털어 놓는다. 그럴 때면 화가 치밀어 “왜 그래, 나도 나름대로 열심히 당신을 잘 도와주고 있는데”라고 응수할 때도 가끔 있었다. 우리 뿐만 아니라 다른 부부도 우리처럼 가게에서 하찮은 일에 언성을 높이며 말다툼 하면서 지낸다고 한다.
집사람은 가끔 내게 이런 말을 한다. “당신은 내가 옆에 있는 걸 다행스럽고 행복하게 생각하고 있나? 나처럼 당신을 잘 챙겨주고, 모자람 없이 알아서 척척 마음에 들게끔 해 주는 마누라가 어디있어, 당신은 나를 만난 걸 큰 복 받았다고 생각해요. 또 나 같이 당신을 위해서 보약 같은 쓴 소리를 누가 그렇게 말 해 주겠어, 병찬 씨!” 그 긴 소리가 내 귓가엔 잔소리의 파음으로 만 들려왔다. 어제도 저녁 8시에 가게 문을 닫고 집으로 오는 길에 운전대를 잡은 그녀가 “내일은 금요일 답게 장사가 꾸준히 잘되면 좋을텐데 희망을 가져야지. 참 내일은 당신 쉬고 토요일에 일해요.” 그러면서 순간 나에게 쓸 데 없는 잔소리를 하려는 기세라 눈을 슬며시 감고 자는 척 능청을 떨었다.
흔히들 말이 많아지고 잔소리가 느는 것은 나이 탓 이라고들 한다. 노인이 되면 자신도 모르게 말과 잔소리가 늘어 간다는 게 수긍이 된다. 지금도 아내는 나에게 말 좀 줄여 달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정말 말이 적은 쪽이고, 오히려 그 사람의 잔소리가 늘고 있는데 자신은 모르는 것 같다. 그런데 내가 내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말이 많다’는 것을 지적해 주는 아내의 잔소리가 나에 대한 사랑이 충만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제는 나의 연륜 만큼 위로나 이해를 받기보다 집사람을 위로해주고 이해하며 보살핌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앞선다. 비로소 나는 나를 내려놓고 아내의 모든 것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가정의 행복을 위하여 웃음을 잃지 않고 만족을 느끼면서 아픔과 슬픔이 있으면 감싸주고 기쁨이 있으면 서로 나눠가지고, 웃음이 넘쳐나는 가정을 아내와 함께 가꾸어 나가고 싶다.
이젠 그 잔소리가 감미로운 아내의 노랫소리로 들려오고 있다. 반려자에게 믿음과 사랑을 둠뿍 주는 남편이 되겠다고 마음을 다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