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베 총리가 얼마 전에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국회에서 연설을 했다. 예상했던 대로(?) 위안부 문제와 일제 침략만행의 과거사에 대해서 사죄는 없었다.
하지만 아시아 국가들에게 사죄하는덴 인색하면서도, 진주만공습에 대해 미국에는 고개 숙여 반성하는 이중적 작태를 보였다.
일본의 평화헌법은 이제는 더이상 평화헌법이 아니다. 여전히 전쟁포기와 군대 보유가 금지가 명시돼 있지만 일본 정부가 헌법해석을 공식적으로 바꿔서 군사행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거기에다 이번 오바마 아베 회담으로 일본의 군사력 증강은 미국의 공식적 승인을 받게 되었다. 2차대전 전범국인 일본이 승전국인 미국의 묵인하에 군사강국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이제 한국이 북한의 공격을 받는다면 일본군은 한반도에도 진출할 수 있다. 한국의 “전시작전권”을 미국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는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 간에 합의가 이뤄졌다. 2006년 노무현-부시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전작권 전환에 공감대를 모았다. 이듬해인 2007년 2월 한미 양국은 국방장관 회담에서 2012년 4월 17일자로 전작권을 한국에 반환하기로 합의해 최종 마무리를 지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했고 결국 박근혜 정부는 미국과 전작권 전환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김영삼 정부 이래 20년, 노무현 정부에서 확정한 이래 8년 간 추진돼 온 전작권 전환은 기약 없이 무산됐다.
노 대통령은 통일을 중요시하는 민족주의자라기 보다 평화를 우선시하는 하는 평화주의자로서 ‘평화, 자주, 균형’의 가치를 바탕으로, 당장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을 해소하고, 북핵문제를 해결하여 북과 공동번영을 추구하려 하였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에 의하면 그는 외교안보의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타고난 전략가였으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협력과 통합의 동북아라는 큰 그림 속에서 모색했다.
“북한과 주변 4강에 대한 정책도 이런 대전략 아래 세워졌으며 동북아 균형자론도 이 대전략의 큰 틀에서 만들어졌다. 노 전 대통령은 한국이 군사력과 같은 물리력에 의한 경성 균형자(hard balancer)가 될 수는 없지만 역내 국가 모두와 선린관계를 유지하면서 다자협력을 주도하는 연성 균형자(soft balancer) 구실은 할 수 있다고 믿었다. 미래를 보고 여는 정책적 포석이었다. 중장기적으로는 한-미 동맹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영속적 평화를 가져오기는 힘들 것으로 보았다. 왜냐하면 동맹은 본질적으로 공동의 적과 위협을 전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안보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미 동맹의 기조하에 유럽과 같은 다자안보협력체제를 동북아에도 구축해야 한다고 믿었던 것이다.”
100여년 전에 일어난 청일전쟁과 러일 전쟁은 청나라와 러시아가 일본과 벌인 전쟁이다. 하지만 전쟁의 대부분은 두 당사자의 영토가 아닌 한반도에서 일어났으며 전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조선민중에게 돌아왔다. 고종은 두 전쟁에서 중립을 선포하였지만 그것은 전쟁 당사자에 의해 깡그리 무시당했다.
오늘날 남북은 분단되어 있고 중국과 러시아는 그 때보다 더욱 강해졌고 일본은 다시 군사대국으로 일어나고 있다. 100여년전의 상황이 지금 다시 한반도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면 그건 지나친 기우일까?
다음은 전시작전권에 관한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 중 일부이다. “자기들 나라, 자기 군대, 작전통제도 한 개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 놔 놓고 ‘나 국방장관이오, 나 참모총장이오.’ 그렇게 별들을 달고 거들먹거리고 말았다는 얘기입니까?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지금 대한민국엔 제 2의 노무현이 필요하다. 그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