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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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후 야채배달 트럭 운전

2015-05-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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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심화되는 취업난…고학력 인플레

취업 때까지 임시직 생각...벌써 2년째
직장잡기 별따기에 3D업종도 감지덕지

빙햄튼 뉴욕주립대에서 비즈니스를 전공한 박(28) 모씨는 요즘 야채 배달 트럭의 운전대를 잡고 있다. 졸업 후 취직한 직장에서 그만 둔 뒤 재취업을 시도하다 실패한 후 그냥 놀고만 있을 수 없어 지인의 소개로 시작한 야채 배달업이 벌써 2년이 넘어섰다. 박씨는 “직장을 찾을 때까지만 야채 배달을 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며 “아직 취업시장이 좋지 않아 맘에 드는 직장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넋두리를 했다.

최모(27)씨도 로스쿨까지 나와 어엿한 변호사 자격증까지 취득했지만 뉴저지의 한 의류회사에서 전공분야도 아닌 어카운턴트 일을 하고 있다. 물론 전공 분야는 아니지만 레드오션이 돼 버린 변호사 업계에서 눈칫밥을 먹기보다는 여유롭게 일을 하면서 훗날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최씨의 생각이다.


대학을 졸업한 야채 배달 트럭 기사와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어카운턴트가 더 이상 드물지 않을 만큼 최근 학력과 무관하게 직업을 선택하는 한인 고학력자들이 늘고 있다.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해도 학력과 전공에 걸맞은 직장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같은 추세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문기관들에 따르면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했다고 해서 고등학교만 마친 구직자보다 더 나은 직장을 찾기가 수월하지 않은 경향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박씨나 최씨처럼 단순 직종에서 일하는 고학력자들이 늘어 학력을 낮춰 취업하는 추세가 보편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일부 석ㆍ박사 등 고학력 구직자들 경우에는 학위나 자격이 오히려 취업에 걸림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오랫동안 취업난이 해갈되지 않으면서 갈수록 더욱 심화되고 있다.

대졸자들이 해마다 쏟아지고 있지만 이들이 마땅히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가 그만큼 늘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해도 기대만큼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 것도 이같은 추세를 확산시키고 있다.

실제 박씨는 대학을 마친 졸업 후 전공 관련 직장을 잡았으나 초임은 시간당 11달러에 불과해 학자금 이자조차 내기 버거웠으나 현재는 배달 트럭 운전으로 훨씬 많은 수입을 얻고 있다.

박씨는 “직장을 다닐 때보다 월수입이 2배 이상은 된다.”며 “벌이만 생각하면 다시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 지 나 조차 의문이다”라고 말한다.<천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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