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뉴저지/ “아이들과 함께 한 재능기부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연주”
2015-05-18 (월)
▶ 강미라 럿거스대 교수
▶ ‘베리타스 스트링 챔버 앙상블’ 연주회를 마치고...
4월 말인데도 날이 더웠다. 후덥지근한 날, 레스토랑에서 하는 이 작은 연주회에서 그러나 누구 하나 기쁜 표정을 짓지 않는 연주자들이 없었다. 연주를 다 마치고 돌아서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데 바닥이 흐릿해 진다. 아 여기서 울거나 그런 짓 하면 안 된다. 무대에서 원래 깊이 인사하지 않는 편인데 이날은 왠지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정말이지 박수를 보내는 청중에게 도리어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청중에게 진심으로 고개 숙이고 싶었던 참으로 행복한 연주. 연주를 듣는 이들이 너무나 고마웠던 가슴이 뜨거워지는 연주, 이 연주회는 사실 Connections라는 단체의 행사의 한 순서였다.
Connections 는 불우 가정의 아이들과 그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교제를 나누며 인생의 친구이자 기댈 어께가 되어 주는 멘토들을 연결시켜주는 비영리 단체이다. 베리타스가 연주한 행사는 그 단체의 멘토들을 초청해 일 년에 한번 갖는 감사의 자리였다. 음악인으로 아이들의 엄마로 학생들의 선생으로 내게 시간이란 늘 없어서 부족한 것인지라 이와 같은 봉사 활동은 꿈만 꾸어 오던 일들이었는데 나대신 이렇게 상처 입은 아이들을 위해 애써주는 멘토들이 참으로 고맙기 그지없었다. 거기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이야기는 오랫동안 내 가슴을 적시었다.
지난해에 베리타스를 시작할 때에는 사실 연주력이 뛰어난 청소년 아이들에게 실내악 연주의 기회를 좀 더 주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내 재능과 시간과 땀을 들여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연주가 얼마나 마음 설레게 하는 일인지를 배워가면서 이와 같이 사회의 관심이 필요한 곳을 위해 음악을 연주해야겠다는 생각이 구체화 되었다. 올 4월에도 두 곳에서 이와 같은 기부성격의 연주를 하였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나눔과 드림의 일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이렇게 할 수 있음이 참으로 눈물 나게 감사한 일이다.
베리타스의 아이들은 참으로 순수하다. 그들 중에는 사회봉사의 이력을 쌓기 위해 이와 같은 행사의 기록을 남기는 일을 거부하는 녀석들도 있다. 그런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기성화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도 내겐 의미 있는 일이다.
아이들의 연습 때 코치로 와서 도왔던 뉴저지 심포니의 부악장이자 나의 친구인 브레넌 스윗은 아이들의 높은 연주력과 진지한 자세를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였다. 앞으로도 이렇게 변함없이 음악의 순수함과 사회에 관심이 필요한 곳을 위해 아끼지 않고 연주할 것이다. 베리타스는 진리라는 뜻이다.
베리타스 스트링 쳄버 앙상블은 십대 청소년으로 구성된 현악 합주단이며 사회에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단체를 위해 기꺼이 연주하고자 하는 뜻을 품고 있는 단체이다.<한영국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