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 송이의 카네이션

2015-05-11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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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영희 포토맥 문학회

매해 5월이 되면 부모님 생각이 더욱 절실하다.
한 송이의 카네이션 때문에 웃고, 우시던 부모님의 모습이 몇 십 년이 흘렀는데도 앨범 속에 고이 간직한 소중한 한 페이지가 되어 나의 마음을 적신다.
학창시절 용돈이 궁했던 시절, 아버지께 한 달에 한번씩 받는 용돈을 나름대로 아껴 썼었다. 책도 사고, 음악을 좋아해 LP판을 사기도하고, 친구들과 떡볶이도 열심히 사 먹었었는데 어버이날에 카네이션 한 송이가 얼마나 한다고 난 언니한테 건의를 했었다.
“내가 아버지 꽃을 살 테니 언니는 어머니 꽃을 사라고-”
언니는 웃으며 “그래 그러자” 했다.
어버이날 아침 출근하시는 아버지께 인사를 드리며 왼쪽가슴에 분홍카네이션을 달아드렸다.
아버지는 “이걸 어떻게 달고 다니냐” 싫지 않은 표정을 하시며 출근을 하시고, 나는, ‘어머니는 언니가 달아주겠지’ 생각하며 학교로 향했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왔는데 항상 환한 미소로 반겨주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엄마” 하며 살짝 안 방문을 열어보니 어머니는 시위를 하듯 머리에 흰띠를 두르고 누워계셨다. (흰띠를 머리에 두르시는 것은 화났다! 라고 말씀 하셨던 것이다)
알고 보니 언니가 퇴근하며 선물과 꽃을 드리려고 아침에 그냥 나갔던 것이다.
난 꽃집으로 달려가 카네이션 한 송이를 사와 “엄마 미안 언니가 달아 준다 해서" 궁색한 변명을 했었다.
하루 종일 얼마나 서운하셨을까.
아빠 가슴에 꽃을 달아주고 다음엔 엄마도 달아주겠지…당연한 생각을 하셨을 텐데…학교에 간다고 쌩~나가버리는 딸과,그냥 출근하는 딸이 얼마나 밉고,서운하셨을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식사는 하셨는지 입가에 고추장이 조금 묻어있었다.
부엌에선 살짝 참기름냄새도 난걸 보면 아마도 고추장에 썩썩 밥을 비며 후다닥 드신 것 같다.
퇴근한 언니가 선물과 꽃을 드린 후 어머니는 머리에 두른 흰 끈을 푸셨다.
퇴근하신 아버지 가슴엔 시들어버린 카네이션이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종일 얼마나 자랑을 하셨을까!
그 작은 꽃 한 송이가 딸의 마음인 것 같아 떼어내지 못 하신 것 같다.
몇 십 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야 “너도 시집가봐라, 너도 애 낳아봐야 이 어미심정을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 라고 하신 말씀을 이제야 그 ‘주름진 고독’을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 또한 딸에게 “결혼하면 엄마 심정 알 것이야”, 결혼한 딸에겐 “너도 애 낳아봐라”라며 예전 어머니와 똑같이 하고 있는 나를 본다.
무지개처럼 사라진 부모님.
하지만 내 가슴속엔 영원히 잊지 못할 무지개 빛 추억을 남겨놓고 가신 부모님께 고마움과 사랑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작지만 커다란 사랑을 담은 한 송이의 카네이션도 부모님께 가슴으로 달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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