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사퇴 후 새 회장 추대 기대 어려워
‘번갈아 1년씩 임기’ 가 현실적 방안 중론
뉴욕한인회장 선거 문제로 마찰을 빚어온 민승기 회장과 김민선 회장간 갈등이 결국 한지붕 두 회장 시대를 열며 55년 뉴욕한인회 역사를 파국으로 몰아넣고 있다.
어느 한쪽이 자리를 내놓지 않는 이상 해결할 수 없는 ‘치킨 게임’(Chicken game)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하지만 한인사회 일각에선 이 같은 싸움이 깊어질수록 두 회장은 물론 뉴욕한인사회 전체 모두 되돌릴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두 회장이 대승적 차원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두 회장의 취임식 과정에서 발생한 물리적 충돌로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진 현 상황에서 타협점을 모색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법원판결 무조건 받아들여라
현재 두 회장 진영은 물론 한인사회의 시선은 온통 오는 13일 뉴욕주 맨하탄 지법에서 열릴 예정인 민 회장 당선 및 선거무효 소송에 관한 공판에 집중돼 있다. 어떤 식으로든 판결이 나올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이와관련 상당수 한인들은 두 회장은 자신의 유불리를 떠나 법원 판결에 이의제기 없이 무조건 받아들이고 현재 사태를 종료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날 소송에 대한 판결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첫 번째 공판에서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흔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설사 판결이 나오더라도 패소한 회장측이 항소를 할 경우 또 다시 수개월의 시간이 걸리게 된다. 더구나 불리한 판결이 예상되는 회장 측에서 공판을 앞두고 연기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 회장 동반사퇴…새 회장 추대 방안
김민선과 민승기 회장 측에 따르면 최근 유력 한인인사가 ‘김 회장과 민 회장이 동반 사퇴하고 제3의 인물을 회장으로 추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새 회장을 맡을 특정 인물의 이름까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회장측은 “전직 회장들과 민 회장 모두 이같은 방안에 합의를 했으니 결단을 내리라며 압박했다”고 말한 뒤 “두 회장 모두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동포들의 민의를 저버린 채 마음대로 새 회장을 추대하는 것이 합당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민 회장측도 “동반사퇴와 새 회장 추대에 대한 제안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승낙한 적은 없다”면서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제안 중 하나일 뿐 의미는 없다”며 잘라 말했다.
김석주 역대회장단협의회 의장은 이에 대해 “금시초문이다. 동반 사퇴방안에 대해 찬성한 적이 없다”며 “누군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 회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1년씩 회장임기 나눠맡자
2년 회장 임기를 1년씩 번갈아 맡자는 방안도 해결책으로 지속적으로 회자되고 있다.조속한 법원 판결이 나오기 쉽지 않은데다 두 회장의 동반사퇴가 사실상 어렵다는 측면에서 가장 현실적인 타협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민 회장은 취임식 이틀 전인 지난달 29일 김 회장과 가진 극비 회동에서 이 방안을 제안했으나 거절된 바 있다. 민 회장은 당시 김 회장에게 34대 회장 2년 임기를 1년씩 회장을 맡아 함께 이끌어가고 제안했지만 김 회장은 회칙 위반을 이유로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양측 인사들은 이 방안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건은 누가 먼저 회장 임기를 시작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현재는 서로 회장을 먼저 맡는 조건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조기 성사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조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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