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회장 취임식 강행... ‘한 지붕 두 회장’ 현실화
뉴욕한인회관 6층 복도에서 변종덕(왼쪽) 전 뉴욕한인회장이 김민선(왼쪽 세 번째부터) 회장과 이경로 전뉴욕한인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회관 강당문을 열것을 요구하며 고함을 지르고 있다.
김민선, 회관진입 실패 결국 노상 취임식
민승기, 회관서...한인들 “낯뜨거운 사태”
두 명의 회장이 서로 ‘내가 적법한 제34대 뉴욕한인회장’이라며 취임식을 강행하면서 뉴욕한인회관이 폭언과 몸싸움이 난무하는 난장판으로 변해버렸다.
1일 오전 취임을 위해 뉴욕한인회관에 진입하려는 김민선 회장 측과 진입을 막으려는 민승기 회장 측이 정면충돌하면서 고성과 욕설공방은 물론 서로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는 추태를 연출한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흥분한 참석자가 상대에게 멱살잡이를 하는가 하면, 70대 한인여성이 실신해 병원에 실려 가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뉴욕한인회정상화위원회가 주축이 돼 뽑은 김 회장은 이날 정오께 뉴욕한인회관 앞 노상에서, 33대 뉴욕한인회 선거관리위원회가 당선시킨 민 회장은 이날 오후 6시 회관 강당에서 각각 취임식을 갖고, 55년 뉴욕한인회 역사에 오점으로 기록될 ‘한 지붕 두 회장’ 시대를 열었다.
■폭언·몸싸움에 70대 여성 실신…아수라장 방불
이날 소동은 뉴욕한인회정상화위원회가 주축이 돼 뽑은 김 회장이 반드시 이날 오전 10시 뉴욕한인회관 6층 강당에서 취임식을 하겠다며 진입을 시도하면서 시작됐다.
변호인단을 대동한 민 회장측이 회관강당 입구를 가로막았고, 김 회장측이 진입허용 요구가 거세지자 경찰서에 신고해 김 회장측 인사들의 강제 퇴거를 요청했다.
출동한 경찰들은 대치하고 있던 양측의 입장을 듣고 중재에 나섰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철수했다.
결국 김 회장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50여명의 한인들은 강당으로 강제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변종덕 전 뉴욕한인회장은 민 회장측의 장준영 부회장의 멱살을 잡아 채면서 일순간 양측 인사 수십 명이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는 등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더구나 몸싸움 도중 민 회장 측 인사 중 70대 한인여성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인근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이 여성은 현재 병원에서 깨어나 안정을 취하고 있으나 당시 충격 때문에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시간 넘도록 진입이 막히자 김 회장측은 6층 회관 강당 입구 앞 복도에서 취임식을 하려 했으나, 또 다시 민 회장 측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명령에 회관 밖으로 퇴거 조치됐다.
■‘한지붕 두회장 시대 개막’…김 회장 ‘회관앞 노상’에서, 민 회장은 ‘회관 강당’에서 각각 취임
회관 밖으로 퇴거당한 김 회장은 어쩔 수 없이 뉴욕한인회관 앞 노상에서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식을 강행하고 34대 뉴욕한인회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김 회장은 “뉴욕한인회관은 민승기씨 개인 건물이 아닌 동포들의 공동 재산인데 회관 진입을 막는다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엄연히 내가 합법적으로 뽑힌 회장인 만큼 내주부터 뉴욕한인회관에 정상 출근해 업무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익조 전 회장도 “민 회장은 한인사회를 두려워하지 않고 회관 문을 걸어 잠근 것을 부끄러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 회장측은 이날 오후 6시 회관 강당에서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또다른 34대 뉴욕한인회장 취임식을 개최했다. 민 회장은 ‘오늘 사태는 김민선씨 측이 오눈 13일로 예정된 공판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기 위해 쇼를 한 것으로 추측된다“면서 ”비정상적인 사람들의 비정상 행위는 이제 그만 둬야 한다. 전 세계에 뉴욕한인사회를 조롱거리를 만들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회장측의 존 로비 변호사는 “우리는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이같은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발생해 유감”이라고 지적한 뒤 전날 김 회장 측이 뉴욕한인회의 공식 로고와 심볼 등을 무단 사용해 취임식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과 관련 문서 위조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한편 민 회장과 김 회장 등 양측은 취임식 전날 밤까지 법정공판이 열리는 오는 13일까지 취임식을 열지 않기로 막판 협상을 펼쳤으나, 김 회장측이 요구한 ‘13일 전까지 역대한인회장단협의회의 사무실 허용건’을 민 회장 측이 거부하면서 최종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조진우 기자>A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