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베의 말과 한중일 관계

2015-04-21 (화) 12:00:00
크게 작게

▶ 장윤전 엘리콧시티, MD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이달 29일 미 연방 상.하원 합동 의회에서 연설 할 예정이고, 8월 15일경에는 일본 패망의 종전 70주년을 맞이하면서 특별 담화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특히 한중 두 나라는 아베의 4월 연설과 8월 담화 내용을 주목하고 있다. 아베가 만일 의회 연설 중 일본이 한국과 중국에 대해 잘못을 저지른 과거사와 위안부(성노예) 사건을 정확하게 밝히면서 그것을 반성하며 사과한다는 말을 꺼낸다면 그의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말을 아예 쓰지 않거나 두리뭉실한 꼼수의 말을 쓸 수도 있다. 하여간 의회 연설에서나 8월 담화에도 그런 말이 나오지 않는다면 한일, 중일 사이에선 지금과 같은 냉랭한 기류가 계속 이어지면서 관계 개선은 어려워 질 전망이다.
지난 3월 21일 서울에서 한중일 3국 외무장관들이 3년 만에 모여 3자 내지 2자 회담을 열었다. 그 회담에서 3국 정상회담 개최, 3국 FTA 촉진, 한반도에서 핵무기 개발 반대의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은 큰 성과이기도 하다. 그런데 회담 중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일본 가시다 후미오 외상에게 일본의 진정한 ‘과거사 반성’이 없으면 원만한 한중일 관계가 유지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성 발언까지 했다. 중국과 일본 간에는 센가쿠열도의 영토분쟁으로 얽혀있고, 한국과 일본 간에는 독도 영위권 문제로 얽혀있다. 요사이 일본이 발행한 외교청서엔 한국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독도를 자기 영토라 기재하였고, 2016년 부터 사용 할 중고등학교 검정 역사교과서엔 한국 관련 역사왜곡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한일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
사실 한중일 3국 관계를 개선 시킬 수 있는 키(열쇠)는 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한국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일본이 한중 양국에 과거사 문제로 많은 빚을 지고 있지만 진정한 반성과 사과의 말 한마디로 그 빚을 다 갚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베의 이런 말 한마디가 바로 키인데 일본의 자존심 때문인지 그는 아직 사용 하지 않고 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 사과의 말 한마디를 이스라엘을 향해 주저하지 않고 사용하여 양국 관계를 원만하게 만들었다.
아베가 다음의 요약한 3가지를 분명한 말로 재확인 한다면 한중일 관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 할 수 있다. 첫째, 일본은 일제하에 한국을 식민지화한 사실과 2차 대전 전후 중국과 동남아를 침공한 사실을 뉘우치고 반성한다는 1995년 무랴야마 총리의 담화. 둘째, 일본은 위안부(성노예) 강제 동원을 인정하고 이를 사죄한다는 1993년 고노 관방 장관의 담화. 셋째, 도조 등 전범들이 합사한 야스쿠니를 다시 참배하지 않겠다는 아베의 약속. 그런데 문제는 아베가 일본의 집단자위권과 재무장 등 우경화 정책을 내세우면서 첫째와 둘째에 대해선 확인보다는 도리어 수정 내지는 폐기를 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 국수주의자들과 일부 지식인들은 세 가지 전부를 부인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미국의 여러 대학에선 멕그로-힐 출판사가 발행한 한 역사책을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그 책에는 2차 대전시 일본군이 한국, 중국. 필리핀을 포함 동남아 등 여러 나라들의 여성들을 강제 동원 약 20만명의 위안부(성노예)를 만들었다는 내용이 있다. 하버드 대학에서 교육을 받은 일본 니폰 대학의 하타 교수가 중심이 되어 몇명의 일본 사학자들은 위안부가 아니고 단지 창녀들을 모집한 (숫자도 1/10인 2만명 가량)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출판사에 그 기록의 시정을 요구 했으나 거절당했다는 기사가 3월 18일자 워싱턴포스트에 실렸다. 셋째도 아베가 지킬 지 의문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