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석<음악박사>
눈이 보이지 않는 소년이 물었다. "들리지 않는데 어떻게 피아노를 치지요?" 그의 곁에 신부가 대답했다. "네가 마음으로 보는 것처럼 그도 마음으로 듣는단다." 영화의 한 장면이다. 절망의 벽을 뛰어넘은 사람은 아름답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베토벤을 위대한 음악가라 한다. 아니 단지 음악가가 아니라 용기와 희망의 별이 된 전설이라고 한다.
그런데 가정해보자. 그가 들리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면 그래도 여전히 그는 칭송 받는 베토벤일까? 답은 그렇다 이다. 그러면 베토벤의 음악적 위대성은 어디에 있을까? 그는 음악의 관념 자체를 바꿔 놓은 최초의 작곡자이다.
이전시대에는 음악이란 음을 사용하여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음악은 아름다움의 표현이 아니라 마음의 표현 이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때때로 아름답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듣는 모든 이는 그 마음을 느낄 수 있기에 눈물을 흘리고 웃음을 짓는다.
사랑의 마음이 한껏 담겨있는 ‘엘리제를 위하여’, 달빛이 음악을 타고 번져오는 ‘월광 피아노 소나타’", 절망의 벽을 뛰어 넘은’교향곡 9번 환희’, 우주에 신비가 들리는 듯한 ‘현악 사중주’……. 그에게 음악은 마음 이다. 그리고 그는 더 나아가 하이든과 모차르트가 만들고 발전시킨 음악 형식과 장르를 완성한다. 아니 그 토대 위에 자신만의 특별함을 창조한다.
‘코다’라는 용어는 곡의 끝나는 부분이다. 곡에 따라 잠시 길어지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이다. 그런데 베토벤의 코다는 끝나지 않으려는 듯이 길게 길게 이어진다. 심지어 어떤 경우는 그 안에서 새로운 주제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마치 석양이 마지막 빛을 태워 저녁노을을 오래 물들이듯이 곡의 마지막을 그렇게 물들인다.
또 일반적인 상식으로, 교향곡은 4악장으로 구성되고 현악기, 관악기, 그리고 타악기가 연주하는 음악이다. 그런데 그는 교향곡 9번에서 과감히 합창을 도입한다. 이전까지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기법이고 그것은 대성공을 거둔다. 이처럼, 그에게 음악 안에서 뛰어넘지 못할 벽은 없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많은 곡들이 들을 수 없는 그 후에 작곡된 것이니 그는 전설이 되기에 충분한 작곡자이다. 그런데 그는 음악 적인 것 외 또 다른 면으로도 인정받아 마땅하다. 베토벤은 역사상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홀로선 최초의 음악가였다는 사실이다. 신분제도가 있을 당시 음악가의 직위는 어는 정도였을까?
천재라 불리 우는 모차르트가 주교에게 초청받아서 간 식사 지정석이 주방장과 하인의 중간 석 이였다고 하니 아마도 그 당시 음악가는 하인 정도에 직위였던 것 같다. 그 당시 음악가는 교회나 귀족에게 소속되지 않으면 살수 없었다. 바흐나 헨델은 교회에 속해 있었고, 하이든은 귀족에게 속해 있었다.
모차르트는 자신의 고향을 떠나 비인에 가서 음악가로 홀로서려 하지만 실패한다. 베토벤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음악가로만 산다. 그래서.... 그는 왕족이나 귀족 그리고 모든 사람 앞에 당당히 고개를 든 최초의 음악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