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봄맞이 청소

2015-04-07 (화) 12:00:00
크게 작게

▶ 박혜자 수필가 실버스프링, MD

지금부터 40여년 전 1974년 가을, 우리는 어린 딸과 아들을 데리고 트렁크 3개만을 들고 이 미국 땅에 내렸다. 낯선 땅에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민생활을 시작했는데 다행이도 친정아버님 집에 당분간 머무르기로 하고 지하실에서 우리 네 식구가 미국생활을 시작하면서 모든 것을 하나씩 풀어 나가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한 우리들의 미국생활이 40년이 흘러간 지금, 다시 뒤를 돌아보니 참으로 쉴 새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길이었기에, 앞으로는 좀 쉬어가며 우리의 본래 모습을 되찾아보고 싶다. 사람들은 과거는 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나가라고 충고 하지만, 과거를 돌아보지 않으면 현재와 미래도 없는 것이다.
우리 집 뒷마당의 대나무 숲을 바라보니 그 사이로 어디선가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이 보이지 않는 어떤 희망을 불어넣어준다. 이 나이에 무슨 희망이냐고 하겠지만, 나는 아직도 늘 꿈을 꾸며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 본다. 그중 하나가 우리 집을 둘러보며 필요 이상의 짐이 너무 많다고 생각되어 좀 정리를 해야 되겠다는 것이 나의 계획 중에 한가지인데 그동안 야드 세일, 도네이션도 많이 했지만 무엇이 그리도 중해서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내 품에 안고 사는지. 짐을 많이 내려놓으면 나의 어깨가 얼마나 가벼워질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어떤 것을 먼저 없앨까 하면서 하나씩 둘러보니, 버릴 것은 하나도 없고, 버리면 또 사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2월과 3월의 혹한과 폭설로 인해서 어느 때보다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시간이 흘러 4월 봄이 되니 많이 쌓였던 눈은 어느새 사르르 녹아 버리고 땅속으로 부터 고개를 내미는 생명들의 신비스러움이 느껴진다. ‘아! 봄이 왔구나 ‘라는 느낌에 마음 한구석에 힘이 솟는다. 아직은 변덕스런 봄 날씨, 꽃샘추위에 몸을 움추리지만, 날씨가 좀 풀리면 모든 창문을 열고 봄기운을 흠뻑 들여 마시면서 긴 겨울동안의 먼지를 다 털어내고 싶다.
며칠 전, 입던 옷가지들, 신발 등을 여러 백에 넣어 도네이션 했다. 미국 올 때는 트렁크 3개만을 가져 왔는데 세월이 많이 흐르긴 흘렀구나, 쓸만한 것은 얼마 없는데 웬 살림살이는 그리 많아졌는지... 결심하고 시작 했으니 마음이 변하기 전에 부지런히 실천해야겠다 작심하면서 사방을 둘러본다. 작은 것부터 먼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