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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 100년의 발자취 고스란히

2015-03-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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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트 뮤지엄 한국미술품 특별전, 명작 70여점 선봬

한국미술 100년의 발자취 고스란히

장승업의 ‘기명절지도’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세계적인 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은 지난 100년간 수집해온 한국 미술품 중 명작 70여점을 엄선해 선보이는 특별전을 열고 있다.

메트 뮤지엄은 1915년 당시 극동 지역 미술부로 시작한 아시아 미술부가 100주년을 맞는 올해 한국 미술품의 주요 작품만을 모아 2016년 3월27일까지 뮤지엄 2층에 위치한 한국관에서 ‘메트 뮤지엄의 100년간의 수집품‘(100 Years of Collecting at the Met)’이란 타이틀의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다.

아시아 미술부 설립 당시 미술관이 소유했던 한국 미술품은 65점에 불과했다.메트 뮤지엄 아시아 미술부 설립 당시 60여점으로 시작한 한국 미술품은 100년이 지난 지금 530여점으로 늘며 한국 미술 콜렉션이 계속 성장해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근현대 서양이 한국 문화를 어떻게 상상하고 있었는지, 특히 미국에서 한국 미술이 어떻게 인식돼 왔는지를 여러 각도에서 보여주는 특별전이다.


19세기 말 ‘은둔의 나라’로 불리며 서양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였던 한국의 100년 발자취 고미술품들을 보여주는 전시이기도 하다. 전시를 구성하는 유물들은 기원전 4세기부터 현재까지를 아우르는 작품으로 메트 뮤지엄이 미술품 경매를 통해 직접 구매한 것부터 기증받은 미술품까지 다양하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조선시대 장승업의 10폭 병품 기명절지도와 조선 후기 문신 윤동섬의 초상화가 대중에 첫 공개됐다.

윤동섬이 작품 속에서 물소뿔과 금으로 만들어진 관대를 착용한 것으로 미뤄, 그가 종2품의 관직에 봉직된 1790년 이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도, 한국 미술품으로는 처음으로 1893년 메트 뮤지엄에 기증된 15세기 조선시대 분청사기, 이 미술관에 보관된 고려시대 불화 4점 가운데 ‘수월관음도’와 ‘지장보살도’도 대중을 맞고 있다. 메트 뮤지엄의 한국 미술품 100년 발자취를 돌아보는 한국관 특별전의 하이라이트 작품을 소개한다.

■조선후기 문관 윤동섬의 초상화
메트 뮤지엄이 최근 구입한 작품으로 조선 후기 문신이자 서예가로 잘 알려진 윤동섬을 그린 초상화 작품이다. 작가 미상으로 18세기 말 그려진 것으로 추측된다. 한국의 삼성 리움 미술관에서 평상복을 입은 윤동섬 초상화를 전시해 잘 알려졌으며 메트 뮤지엄에는 관복을 입은 초상화가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20세기 이전 종교회화가 아닌 일반회화의 초상화로서 미술사적 의미를 갖는다.

■ 고려불화 2점
이번 특별전에는 고려 불교 미술의 대표적인 미술품으로 ‘수월관음도’, ‘지장보살도’ 등 고려불화 2점이 전시된다. 이 작품들은 14세기 제작된 것으로 미국인이 일본에서 구입해 각각 1914년, 1929년 기증한 것이다. 이 두 미술품은 보살상의 의상이 화려하면서도 옷 겉에 걸친 투명한 베일의 텍스처까지 섬세하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동 시대 수집된 또 다른 고려 불화 2점은 오는 9월 전시될 예정이다.

■ 금동반가사유상
삼국시대 금동반가사유상은 한국 고대 불교 조각사 연구의 출발점이자 6·7세기 동양의 가장 대표적인 불교 조각 가운데 하나이다. 메트 뮤지엄이 2003년 미술품 경매에서 구매해 주요 걸작으로 전시되고 있다. 이 시대에는 오른쪽 다리를 왼쪽 다리 위에 올리고 상반신을 구부리고 있는 모습의 반가사유상이 유행했다. 보살이 쓰고 있는 관에 새겨진 꽃무늬, 초승달, 해를 상징하는 모양이 화려하면서 구체적이고 당시 작품 중 보존이 잘된 소수 작품 중 하나다.

■나전 대모 철 국화 넝쿨무늬 꽃 모양 합
고려시대 제작된 나전칠기 상자로 정교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미술품이다. 이 당시 제작된 나전칠기 제품 중 현존하는 것이 많지 않아 희소가치가 높다. 메트 뮤지엄의 아시아 미술부 초창기인 1925년 구매한 것으로 습도에 약하기 때문에 자주 전시를 하지 앟는다. 가재와 바다거북 등껍질(대모)로 상감된 4개의 꽃 모양 상자가 한 세트를 이루는 것으로 화장품이나 향을 담는 상자로 사용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 청자 상감 구름 학 모양 매병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상감 무늬 청자 중 하나다. 매병에 조각된 학과 구름은 고려청자의 대표적인 디자인이다. 이 미술품은 학과 구름이 일반 청자보다 큼직하게 그려진 것이 특징으로 전라도 부안군 유천리 지역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측된다. 1927년 메사추세츠주에 거주하는 미국인이 소장하고 있던 것을 메트 뮤지엄 아시아 미술부가 구매한 후 한국관의 대표적인 미술품으로 전시되고 있다.

■ 오원 장승업의 기명절지도
조선시대 후기 ‘천재 화가’인 오원 장승업의 ‘기명절지도 10폭 병풍’이 메트 뮤지엄에서 최초 전시중이다. 청동기, 화초를 소재로 한 정물 수묵화 10점으로 이뤄진 이 작품은 장승업이 1894년 그린 것으로, 마지막 화폭에 장승업의 서명과 낙관이 들어가 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이 당시 주한미국대사에게 선물한 것으로 롱아일랜드에 거주하는 미국인 조카 며느리가 소장하다 지난해 메트 뮤지엄에 기증했다.

▲장소: 1000 Fifth Avenue, new York /www.metmuseum.org ▲개관시간: 금~토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 일~목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30분


<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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