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자의 삶

2015-03-10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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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혜자 수필가 실버스프링, MD

여자든, 남자든 태어나자마자 자기가 짊어지고 갈 짐이 자기 등위에 놓여 있다고 본다. 세상에 태어나면 어느 부모의 딸이 되고, 점점 자라서 때가 되면 자기의 짝을 찾아 결혼을 하면 누군가의 아내가 되며 자식을 낳으면 엄마가 되어 세상을 살아가게 마련이다. 어느 것이 더 중하고 덜 중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자기 앞에 닥친 역할 그 자체가 중하고 귀한 것이다.
나는 젊은 시절에 미국이란 나라에 이민을 와서 터전을 일구느라고 무척 일을 많이 했다. 나 뿐만 아니라 그 당시에는 그렇게 해야 살아갈 수가 있었다. 누구한테 돈을 꿀 수도 없고 내 자신이 애써서 1달러, 2달러를 벌어들여야 했기 때문이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란 것을 나는 잘 안다. 그러기에 남의 수고를 공짜로 여기는 것은 옳지 않은 생각이며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인사를 해야 할 경우는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또한 ‘아’ 다르고 ‘어’다르다는 말처럼 ‘툭’이 다르고 ‘탁’해서 다르다. 친한 사이일수록 말을 조심해야 한다.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살리고 죽이기 때문이다. 말을 할 때 조심하고 아무리 가까워도 지켜야 할 선은 넘지 않아야 좋은 관계가 오래도록 지속되는 법이다.
평생을 쉬지 않고 일하다가 하던 일을 내려놓고 은퇴하여 할 일이 없어질 무렵 할머니가 되어 손주들을 봐주며 인생을 즐겁게 살아가게 된다. 인생은 늘 쉴 새 없이 뛰고 ,할일이 많다하면 많고 없다하면 없다고 볼 수도 있다. 내 몸이 건강해서 식구들을 힘들게 하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내 몸이 움직일 수 있을 때 그날그날 일은 미루지 말고 부지런히 살아가야 한다. 하고 싶어도 못 할 때가 올 테니까.
이러한 것들을 생각하면서 삶을 더욱 아름답고 건실하게 살아나갈 때 삶이 참으로 보람되고 값지지 않을까. 아내 또는 어머니의 위치에서 가정을 다스린다는 것은 참으로 많은 인내심과 지혜를 필요로 한다. 오래 전 어느 목사님이 설교하실 때 들은 이야기가 평생 동안 나의 귓전에 울린다. 여자는 항상 네모 난 상자가 아닌, 어떤 경우에서든지 무엇이든 담거나 쌓을 수 있는 보자기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는 이 말씀을 늘 마음속에 되새기곤 했다. 한 가정에서 아내나 어머니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 따뜻하고 아늑한 가정을 꾸린다는 것이 여자의 삶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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