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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체스터/ 기자의 눈: 무소부재 GPS 여행

2015-03-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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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려 지국장>

완전히 GPS(Global Positioning System)하나 믿고 생전 처음 가보는 곳을 자유자재로 다니고 왔다. 주소만 들고 GPS가 하라는 대로 운전을 했다. 혹시 길을 잃어도 GPS는 전혀 신경질 내지 않고 돌아가는 길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세상에! 이렇게 여행이 쉬어진 것에 감탄을 하면서도 왠지 뭔가가 빠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지도를 살펴보며 골똘히 계획을 세우고 예상치 못했던 일을 당하면서 결국 제대로 목적지에 찾아 갔을 때의 맛보는 성취감과 감격 같은 것. 미지의 세상을 찾아 가면서 내가 한 일이 없다는 아쉬움이다.


예전에는 여행 가기 전에 먼저 지도를 펼쳐 놓고 몇 번째 Exit인가를 체크하고 어느 길에서 좌회전이냐 우회전이냐를 미리미리 찾아 자세히 적어 놓은 약도를 신주 모시듯 지도와 함께 챙겨야 길을 떠날 수 있었다. 이제는 스마트 폰 하나면 아무런 준비가 필요 없다. 어느 나라 어느 낯 선 골목길에서도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게 해준 GPS의 은혜를 실감했다.

처음 GPS라는 것이 생겼을 때 집집마다 GPS 때문에 벌어 졌던 웃지 못 할 에피소드가 많았을 것이다. GPS가 내가 뻔히 알고 있는 길이 아닌 다른 길로 안내를 해서 당황을 했고, 그래서 처음 가는 길도 GPS가 가라고 하는 대로 가지를 않아 더욱 혼동을 빚었다. 실제로 GPS는 엉뚱하게 막아 놓은 길로 안내를 하기도 했고, 어느 곳에서는 GPS가 터지지 않아 당황하기도 했다. 지금은 아니다. 어느 지점에 교통이 막히고 있는 지까지 알려 주는 무소부재의 GPS가 친절한 길잡이가 된 것이다.
최근 뉴욕 시내의 택시 운전수들의 GPS사용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에 대해 알아야 하는 까다로운 자격시험이 GPS때문에 없어졌기 때문에, 손님이 ‘라디오 시티 뮤직홀로 갑시다.’ 하면 운전수들이 ‘라디오 시티 뮤직홀’이 어디 있는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 대부분의 택시에 탄 손님들이 스마트 폰을 들고 있기 때문에 택시 운전수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바로 그것이다. 뭔가가 아쉽다는 것이. 사람들이 애써 생각하고 외우고 경험으로 익히는 일을 하지 않게 된 것이다. 세상과 인간이 얽히는 정서의 결핍이다.마차에서 비행기로, 봉홧불 올리고 며칠을 뛰어가서 소식을 전하던 시대에서 이메일과 카톡시대로 계속해서 인간 세상이 이렇게 변화된다면 미래에 인간은 어떤 모양의 동물로 진화될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어쩌면 두뇌가 작아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눈만 큰 외계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인간이 동물과 다르다는 단 한 가지 ‘생각’이라는 기능이 점점 약화되어 가기 때문이다.

여행 중에 스마트 폰으로 찍은 사진을 즉시 카톡으로 친지에게 보내줬다. 당연히 여기고 있는 이런 일들이 모두 다 GPS 덕분이다. 1940년대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에서 군사용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라디오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오늘 내가 일거수일투족을 맡기고 있는 GPS의 시조라고 한다.

1957년 러시아의 스포트닠 인공위성에 이어 1960년에 미국이 첫 항해위성시스템(Satellite Navigation System)을 실시했다는 GPS의 짧은 역사를 보며, 몇 십 만년 인류 역사의 끄트머리가 참 기특하기만 하다.손가락으로 톡톡 치기만 하면 다 되는 세상. 과연 우리 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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