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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규슈의 땀방울로 만들어낸 ‘일본 규슈 올레’

2015-03-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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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슈 관광기구 한국인 직원 아이디어에서 출발

제주 올레·규슈의 땀방울로 만들어낸 ‘일본 규슈 올레’

지난달 28일 오전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의 아마쿠사시모섬 레이호쿠 정(町) 토미오카항에서 규슈 올레 15번째 코스‘아마쿠사-레이호쿠’ 코스가 개장했다. 한·일 양국 올레꾼들이 코스 중반의 농로(위 사진)와 자갈 해안(아래 사진)을 걷고 있다.

제주 올레를 본뜬 일본 규슈 올레가 지난 2012년 2월 첫 4개 코스를 시작으로 3년여만에 총 15개 코스를 개장할 수 있었던 데는 제주 올레와 규슈 양 측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일본을 구성하는 큰 섬 4개 가운데 3번째로 큰 섬이자 가장 남쪽에 있는 규슈의 7개 현에는 지난달 28일 개장한 아마쿠사-레이호쿠를 포함해 현재까지 총 15개의 올레 코스가 조성됐다. 총 길이만 177.4㎞에 이른다.

제주 올레를 즐겨 걷던 올레꾼부터 도보여행을 좋아하는 일본인까지 많은 내·외국인이 규슈 올레를 찾으며 규슈 관광의 저변이 넓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규슈 올레는 규슈관광추진기구의 유일한 한국인 직원 이유미씨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규슈관광추진기구는 규슈의 7개 현과 관광단체 등이 합작해 만든 단체다. 규슈 관광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기획, 추진한다.


이씨는 둘째 아이를 낳고 육아 휴가 중이던 지난 2010년 육아 카페에서 제주 올레를 알게 됐다.

한 엄마가 5세 딸과 제주 올레길을 걸었다는 글을 보고 “온 가족이 이런여행을 즐길 수 있구나"라며 무릎을 친 이씨는‘규슈에도 올레길을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규슈 올레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제주 올레에 요청했다.

이씨로부터 요청을 받은 제주 올레는 규슈로 건너가 도보 여행길을 낼 수 있는 곳인지 직접 살펴본 뒤 본격적으로 규슈 올레를 추진해 보자고 손을 내밀었다.

2011년 8월 제주에서 제주 올레와 규슈관광추진기구가 업무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규슈 올레에는 올레라는 이름은 쓰되 표식 색깔은 제주 올레에서 쓰는 빨간색 대신 일본에서 많이 쓰이는 다홍색을 쓰기로 하는 등 추진 계획도 하나 둘 세워갔다.

제주 올레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도록 중장비 등 기계를 동원하거나 가설물을 짓지 않고 최대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전하며 길을 찾아내는 ‘올레 정신’을 일본측에 설명하고 각 지역에서 개발해온 코스를 심사하는 역할을 했다.

코스 평가는 풍광과 이야기, 대중교통 접근성, 숙박시설, 지역 주민의 열정 등 5가지 항목에 대해 이뤄졌다. 규슈 각 지역에서 열정적으로 나서 코스를 개발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지만 시행착오도 많았다.

별다른 스토리 없이 단순히 지역의 모든 산을 연결하거나 호수, 바다 등 경치 좋은 곳을 둘러보는 식으로 코스를 짰던 지역들은 제주 올레로부터 대거 수정 요구를 받았다.


지루하고 힘들게 언덕을 오르고 올라갔으나 보이는 것이라고는 거대한 송전철탑 뿐인 ‘보상 없는 오르막’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만 했다.

일본은 1970∼1980년대 큰 도로부터 좁은 산책로까지 웬만한 길은 콘크리트 포장한 탓에 포장되지 않은 폭신한 흙길이나 숲길을 찾는 데도 애를 먹었다.

어느 지역은 담당 공무원들이 내리막길이 미끄러울까 봐 콘크리트를 깔아뒀다며 자랑스레 보여줬다가 “올레정신에 어긋난다"는 서운한 소리를 듣는 웃지 못 할 일도 있었다.

이유미씨는 “추진기구 관계자들이 제주 올레를 직접 걸어본 뒤 ‘과연 규슈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도보여행길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자신감을 잃기도 했는데 이렇게 15개 코스가 만들어진 것이 꿈만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올레 여행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데다 올레꾼이 코스 중간에서 뭔가 사먹거나 즐기는 등 관광지가 아닌 곳에서도 돈을 쓰게돼 모세혈관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이 좋아 보였다"며 규슈에도 올레를 통해 이런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길 바랐다.

코스 최종심 때마다 직접 길을 걸어보며 심사한 안은주 제주 올레 사무국장은 “규슈 올레길을 내겠다는 지역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추진기구에서 이 가운데 괜찮은 몇 곳을 추리면 제주 올레 탐사팀이 직접 둘러보며 심사해 코스를 최종 확정했다"고 코스 개발과정을 설명했다.

안 국장은 “한여름 뙤약볕에 숲을 헤집고 다니고, 갈대숲을 뒤지며 다니다 쓰러지기도 하는 등 각 지역의 열정이 특히 뜨거웠다. 무엇보다 각 지역의 열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평가항목에도 넣은 것"이라며 “완성된 길을 걸어보면 그동안의 노력이 떠올라 보람차고 기쁘다"고 말했다.

규슈 올레는 제주 올레로부터 코스 조성에 대해 자문 받고 제주 올레브랜드와 표식, 화살표, 리번 등을 제공받아 쓰는 ‘자매의 길’이다.

다만 제주 올레에도 쓰이는 파란색과 함께 일본 신사 등에 많이 쓰이는 다홍색을 사용해 제주와 차별화를 뒀다. 규슈 올레는 자문비와 브랜드 로열티 등으로 매년 제주 올레에 100만엔을 지급한다. 규슈 올레는 30개 코스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어느덧 목표의 절반은 달성한 셈이다.

규슈 올레는 지난해 11월까지 누적 방문객 9만7,380명을 기록하는 등 내·외국인 관광객으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 관광객이 주로 찾았지만 점차 일본인 방문객도 늘어나 현재는 규슈 올레 전체방문객 가운데 한국인이 63.8%, 일본인이 36.2%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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