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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전파 힘 보태야죠”

2015-03-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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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학박사 출신 태권도 사범 심재혁 씨

맨하탄 미드타운의 한 태권도장. 5~6명의 타인종들이 서툰 한국어로 기합을 내지르고 있다. 한인 심재혁(사진)씨가 가르치고 있는 태권도생들이다.

2012년부터 미드타운에 위치한 ‘고담 태권도’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는 심씨는 의학박사 출신의 이색 경력을 갖고 있다. 현재 심씨는 맨하탄에 위치한 코넬의과대학의 병리학 조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면역학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심씨는 "3년 전 조교수로 임용되며 가족들이 맨하탄으로 이사 왔고 6세 된 딸의 태권도장을 알아보던 중 고담 태권도의 윌리엄 곽 관장으로부터 태권도 사범 제의를 받았다"며 "연구에 바쁜 와중에도 한국인으로서 태권도가 타국에 널리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흔쾌히 승낙했다"고 사범으로 활약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10세 때 태권도를 시작해 12세 때 처음으로 블랙 벨트를 딴 심씨는 연세대학 재학 시절 다시 정식으로 태권도를 배우며 연대 국제 태권도 클럽에서 부사범으로도 활동했다. 이후 예일대학과 하버드대학에서 10여 년간 박사 및 박사후과정을 하는 동안에도 교내 태권도 클럽에서 올림픽 선수들이 하는 대련 기술을 꾸준히 익혀왔다.
현재 30여명의 성인을 비롯해 태권도 시범에 나가는 어린이들이 심씨로부터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대부분 타인종으로 5세부터 60세까지 다양하다.

심씨는 타인종들이 태권도를 통해 한국의 전통 무술이 지닌 ‘정신(Spirit)’을 배운다고 설명했다. 그는 "태권도생들은 도장에 들어서자마자 90도로 고개를 숙여 정중히 인사를 하고 말끝마다 ‘선생님(Sir)’을 붙이는 등 한국의 예의범절을 그대로 따른다"며 "태권도를 배우며 자연스럽게 한국의 전통 덕목인 예의, 공경, 인내, 절제 등을 배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씨는 태권도가 좀 더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 잡으려면 계파와 인종을 떠나 전 태권도인이 한데 모여 실력을 겨룰 수 있는 대회가 자주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고 실력을 평가받는 자리가 있어야 배우는 사람들에게 동기 부여가 되고 선수 뿐 아니라 관람객에게도 태권도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며 "다른 한인 태권도인들과 함께 미국 땅에 더욱 건강하고 올바른 태권도가 전파되도록 길을 닦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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