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 자국민 외화벌이 보내 인권.노동력 착취”
▶ 한.미 NGO, 유엔 인권이사회에 청원서 제출
자이드 라드 알 후센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이 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막한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회의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유엔>
세계 주요 언론사 사진기자들이 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막한 제28차 유엔 인권이사회를 취재하고 있다. <사진=유엔>
러시아.중국 등에 파견, 최소 3년이상 계약노동
국제인권.노동법 위반...김정은 집권 후 2배로 늘어
<유엔본부=신용일 기자> 한국과 미국의 민간비영리단체(NGO)들이 유엔에 ‘외화 벌이’ 북한 해외 근로자들의 노동권 침해 문제를 고발하고 실태 파악 및 개선을 위한 조사를 공식 요청했다.
■ 한국의 NGO ‘성통만사’
본보가 입수한 유엔총회 문건(A/HRC/28/NGO/51)에 따르면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성통만사·PSCORE·대표 김영일)은 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막한 제28차 유엔 인권이사회(UNHRC)에 이 같은 조치를 촉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성통만사는 지난 2012년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로부터 ‘협의기구지위’(Special Consultative Status)를 부여받은 한국 NGO이다.
성통만사가 지난 달 16일 유엔 협의기구지위 NGO 자격으로 제28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청원서는 본회의 4번째 의제인 ‘이사회의 주목이 요망되는 인권 상황’ 아래 공식문건으로 채택돼 논의될 예정이다.
청원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국제사회가 북한의 잔학한 인권 침해를 인정해 기록하고 해결하려는 노력 끝에 2014년 발표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광범위한 보고서와 북한 당국을 표적한 강화된 제재 조치 결과를 낳았다”며 “그러나 성통만사는 유엔 인권이사회와 이사국들에 북한이 약 16개국 영토에서 자행하고 있는 노동권 침해와 관련된 시급한 문제들 해결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것을 촉구 한다”는 내용이다.
‘해외 북한인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DPRK)과 노동권’이라는 제목의 청원서는 “북한 당국이 주로 러시아, 중국, 중동과 동남아시아에 5만 명에서 15만 명에 달하는 자국민을 강압적으로 보내 해외 근로자로 일하게 하면서 (유엔과 국제사회의) 표적된 제재를 효과적으로 빠져나가고 국제노동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이는 유엔 인권이사회와 이사국들이 즉시 다뤄야할 문제들이자 성통만사가 신속한 조치를 촉구하고 있는 문제들이다”고 강조했다.
청원서는 대부분 채광(mining), 벌목(logging), 방직(textile), 건설 공사(construction) 등 분야에서 중노동을 하는 근로자들로 해외에 파견된 북한인들의 임금이 월 120∼150 달러에 불과하고 외부 접촉이 격리된 ‘캠프’(camp)에서 최소한 3년 이상 기간 계약 노동을 하고 있으며 그들은 하루 12∼20시간씩 일하고 매달 1∼2일만을 쉬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원서는 특히 “이들 근로자는 임금을 착취당하고, 혹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자신들과 가족들의 위협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그 같은 노동 계약을 종결할 수 없기에 국제 인권과 노동법이 위반되고 있다”며 “2011년 김정은이 등극한 이후 이처럼 해외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인들의 숫자가 2배로 늘어났다”고 꼬집었다.
청원서는 따라서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북한 해외 근로자들의 노동 환경 보고서를 지시할 것과 ▲북한 당국과 협력해 국제 인권과 노동법을 위반하며 북한 해외 근로자들의 권리를 보호하지 않고 있는 유엔 회원국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
청원서는 또 유엔 회원국들이 ▲자국 영토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해외 근로자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감시 제도를 불허할 것, ▲북한 해외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직접 지불하고 근로자들의 임금을 북한 기관에게 지급하는 그 어떠한 제도도 모두 폐지할 것, ▲국제 인권과 노동법을 준수해 북한 해외 근로자들을 보호할 것과 ▲국제 인권과 노동법을 위반하고 북한 해외 근로자들이 생산한 물품들의 수입을 금지할 것, ▲북한 해외 근로자들의 (국제 인권과 노동법 위반) 처우에 대한 민간 기업들을 조사해 책임을 물을 것을 주문했다.
■ 미국의 NGO ‘국제교육개발’
성통만사의 청원서 이외에 미국의 NGO인 ‘국제교육개발‘(International Educational Development, Inc)도 제28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북한 해외 근로자들에 대한 유사한 청원서를 제출했다.
유엔총회에 회람된 공식문건(A/HRC/28/NGO/44)에 따르면 ‘국제교육개발’은 지난 달 15일 제28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북한의 해외 근로자와 북송 망명자 학대”라는 제목의 청원서를 제출했으며 이 역시 본회의 4번째 의제 아래 논의될 예정이다.
청원서는 “국제교육개발과 인권변호사협회는 수년간 북한 상황을 감시해 왔다”며 조사 결과 북한 당국이 국내외에서 끔찍한 인권침해를 자행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국제교육개발은 유엔 협의기구지위를 부여 받은 미국의 NGO인 ‘인권변호사협회’(Association of Humanitarian Lawyers)의 협력지원으로 운영되는 ‘인권법프로젝트’(Humanitarine Law Project)로 미국 내외에 널리 알려진 인권법률단체이다.
국제교육개발의 청원서는 북한이 해외에 파견한 근로자들의 심각한 권리 침해가 오랫동안 지속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지금까지 “미미했거나 아예 없었을 정도였다”고 지적하고 북한이 핵과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에 따라 돈줄이 막히자 이에 맞춰 ‘외화 벌이’를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자국민들을 해외에 근로자로 파견하고 있으나 그들은 실제로 노동자들이 아니라 “국가 지원 노예들”(state-sponsored slaves)이라고 강조했다.
청원서는 또 북한 해외 근로자 문제 이외에 “북한 망명자들 문제 역시 국제사회의 관심이 요망 된다”며 “그들은 망명을 신청한 국가들로부터 권리를 침해당하고 강제로 북송되면 북한 당국으로부터 수용소 또는 처형을 당하는 극심한 학대로 다시 또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청원서는 따라서 ▲유엔 인권이사회가 북한이 북한 내와 해외에 파견되는 근로자들 모두의 국제법 권리를 준수하도록 촉구할 것, ▲북한 해외 근로자들을 받아들이는 모든 국가들이 관련 국제법규를 지키고 자국 노동법을 북한 근로자들에게도 적용할 것,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해외 근로자들과 현대 노예 문제를 다루는 책임당사자들(mandate holders)을 초청해 함께 상황을 검토하고 해결책을 마련할 것과 ▲북한이 북송 망명자들에 대한 학대를 중단하고 그들의 모든 인권을 전격 보장할 것, ▲모든 국가들의 정부가 북한 망명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노력할 것을 권고했다.
한편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은 2일 개막한 제28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 주민들이 사실상 노예 상태로 살고 있다”고 북한 인권 상황을 강력히 규탄했다.
케리 장관은 이날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회의 기조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자신의 견해와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처형하고, 자신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숙청하고 있다”며 “북한 당국이 지난 수십년 간 기아와 고문, 투옥 방법으로 국민을 예속시켜 왔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표현, 집회, 정치적 견해, 종교, 언론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북한 체제에 대해 국제사회가 “이런 상황을 용납할 수가 없고 용납해서도 안 된다”며 유엔 인권이사회의 행동을 촉구했다. 한국은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을, 북한은 리수용 외무상을 각각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회의 대표로 파견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본회의 결과 올해에도 북한인권결의안을 압도적으로 채택할 전망이며 이번 결의안에는 북한 해외 근로자들의 국제 노동법 권리 침해 문제가 더욱 강하게 지적될 것으로 예상된다. yishin@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