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진영기 감독작품 ‘칸’ 진출

2015-02-28 (토)
크게 작게

▶ 뉴욕 이민자의 삶 담아낸 단편영화 ‘서니사이드’

“나에게 영화작업이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일정거리 너머의 카메라를 통해 따뜻한 관조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라는 진영기(32·사진) 감독.

뉴욕 일원에서 활동 중인 한인 독립영화인 진영기 감독의 단편영화 ‘서니사이드(Sunnyside·2014)’가 올해 5월12일부터 24일까지 프랑스에서 열리는 ‘제68회 칸 영화제’에 초청됐다.

지난해 뉴욕시립대학(CUNY) 시티칼리지의 영화제작 석사과정을 끝마친 진 감독이 졸업 작품으로 내놓은 ‘서니사이드’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고향 멕시코를 떠나 뉴욕에 도착한 한 가장이 하루 동안 퀸즈 플러싱 일대에서 일자리를 구하며 겪은 일들을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13분가량의 러닝타임동안 영화는 대사와 배경음악 등을 최소화하며 멕시칸 일용직 근무자의 발길을 조용히 쫓아다니며 고루한 이민자의 일상과 가족의 해체를 의미심장하게 보여준다.


진 감독은 "굳이 대사로 말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영화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영화의 배경이 되는 엘름허스트 일대와 플러싱은 한때 주인공처럼 힘겨운 삶을 겪었던 한인들의 삶의 터전으로 이제는 입장이 달라진 한인 이민자들의 모습을 투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화에서 주인공을 고용하지 않거나 고용하는 인물들로 주로 한인들이 등장한다. 진 감독은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부터 ‘시네마테크’ 등의 예술영화 상영관 등을 찾아다닌 전형적인 ‘시네마키드’다. 자연스레 대학 역시 연극영화과로 진학해 연출을 전공했다. 졸업 후 조감독 등으로 다수의 영화현장을 거쳤다. 하지만 한국 영화계의 열악함과 연출 공부의 갈증이 더해 결국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시티칼리지 영문학과에 편입해 작가적 소양을 쌓은 뒤 대학원 졸업 작품과 함께 ‘베를린’, ‘베니스’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 영화제’ 스크린에 당당히 크레딧을 올리게 됐다.

사실 진 감독의 영화제 진출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학원 재학시절 연출했던 단편 ‘블루버드’가 맨하탄 필름페스티벌에 공식 초청작으로 상영된 바 있다.

유학시설 틈틈이 인터넷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당시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하던 멕시칸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고 ‘서니사이드’의 시나리오를 떠올렸다는 진 감독은 "사회구조적 모순으로 인한 가족의 해체를 통해 역설적으로 가족의 소중함과 행복의 가치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역시 기록이고 기록은 곧 후세를 위한 소중한 자산"이라는 진 감독은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하는 감독보다는 사회적 진실을 담담히 전하는 연출자가 되고 싶다"며 "관객들이 내 영화를 보고 조금이나마 따뜻한 감정을 느끼고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지훈 기자> A5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