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조품 세상

2015-02-25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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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정자 워싱턴 창작 문학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권불십년이라는 말과 함께 한때 사람들 입에 자주 회자 되곤 했었다. 그런데 요즈음 세상에선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가 무색 해졌다. 이른 봄에 피는 벚꽃 정도를 제외하고 나면, 운좋게 집안 화분에서 사는 꽃들은 말할 것도 없고 뒷 뜰의 화단이나 길가의 화단에 피어있는 화초들 중에서도 꽃향기 짙게 풍기며 벌과 나비를 찾아들게 하던 진짜 꽃들은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요즈음은 화무이백일홍, 삼백일홍이 보통이다. 가든 샵에 가보면 이른 봄철부터 늦가을까지 여러 꽃 종류의 꽃들을 접할 수 있지만 그 꽃들을 찾아오는 벌과 나비들은 보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벌과 나비들이 찾지 않는 그 수많은 꽃들, 어떻게 진짜 꽃들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
인스턴트 커피, 식품들은 물론 진품 같은 모조품들을 만들어 내고 있으니 앞으로 세월이 흘러 언젠가는 돈만 있으면 몇 개라도 사다 쓸 수 있는 진짜 같은 강아지, 진짜 같은 고양이, 진짜 같은 남자와 여자들도 만들어 낼 테니 생각 만해도 귀가 간질간질 해진다.
그런 날이 올 때가 그리 먼 훗날이 아닐진대, 정말 말세가 가까워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세상을 창조하신 창조주가 자기 고유의 영역을 침범 하려는 인간들의 행동을 보고만 있지 않을텐데, 제 2의 바벨탑이 무너질 때도 그리 멀지는 않은 것 같다.
아! 내가 이 세상에 50여년을 늦게 나왔나? 아니면 빨리 나왔나? 아니면 딱 좋은 때 나왔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초겨울의 햇빛이 짧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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