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겨울

2015-02-21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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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경모 건축가, MD

그래도
그때에는 낭만이 있었지
눈사람 눈싸움 썰매
애들 떠드는 소리
강아지 뛰노는 모습

그런데
인생의 겨울과
계절의 겨울이 겹치는 지금
겨울이 이다지도 춥고 공허하리라곤
미처 생각지 못했지

젊음이 빠져나간 겨울의
이 빈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까

이따금 아이들이 쓰던 방들과
어머님이 쓰시던 빈 방 안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그 방들보다 열배 백배 큰
마음의 공간 속에 홀로 서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갑자기 그 큰 공간 속이
지난 날의 욕망 희망 꿈
고뇌 죄책감 후회들로
어지러이 채워진다

그런데도 나는
얼마쯤인지는 몰라도
확실히 과거보다는
짧은 미래를 바라보며
또다시 주책 없이
앞날을 꿈꾸어본다

어디에 기쁨이 있을까
뜻 있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
사람다움이란 어떤 것인가

그러면서 염치 없이
현생의 저편 언덕에서
그분을 만날 날을 바라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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