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치매 때문에

2015-02-16 (월)
크게 작게

▶ ■ 전문가 칼럼

▶ 김진환 / 상속·노인법 전문변호사

치매가 노인연령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이유로 치매현상이 마치 나이가 들면 생기는 노화과정의 일부로 간주하고, 치매 ‘병’에 대한 치료나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본다. 애석하게도 치매상태가 악화되어 소위 노망증세를 일으켜 소셜시큐리티 당국이나 노인보호관할국에 연루된 다음에야 변호사를 찾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치매로 인해 점점 감퇴되는 기억력과 힘들어진 일상생활을 가장 먼저 발견하는 사람은 의사가 아니라 주로 주위의 가까운 사람들이나 회계사인 경우가 많다. 식구들과 대화를 나눌 때 정확한 단어를 찾지 못하여 ‘그거 있잖아’ 식의 단어의 의미나 물체의 용도로 자주 표현을 하기 시작하는 초기단계나 그간 체킹구좌 잔금을 일전까지 정확히 계산해 두던 사람이 장부 정리를 못하기 시작하고 날짜가 지난 고지서에 대한 페널티를 내는 일이 잦아지는 것도 주위 식구들이 눈치 차리기 쉬운 예라 하겠다.

여기서, 가장 안타까운 일은 치매증상으로 식구들이 소지품을 훔쳐갔다고 생각한다던가, 가족들이 본인을 무시한다면서 화를 내는 일도 잦아지고 식구들을 못 믿는 지경에 이르러, 소위 고집불통의 ‘노망’ 또는 ‘망령’이 난 노인으로 취급되는 치매환자가 엉뚱한 사람에게 본인의 명의로 돼 있는 부동산을 넘기는 사태까지 불거지는 경우다.


한국 사람들의 전통적인 ‘효’ 사상을 발휘해 가족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경우에도 치매환자를 집에서 돌보려고 하다가 결국엔 흔히 발생하는 공격적인 행동 때문에 가족 모두가 지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뒤늦게 환자를 다른 장소로 옮기려 해도, 기억력이 쇠퇴된 환자는 주변사물에 대한 인지도가 감소되어 환경변화에 협조를 안 하고, 급기야는 일상생활 유지가 현저히 곤란해진 배우자나 부모님을 혼자 두게 되는 사태도 종종 일어난다. 이때 환자는 친숙한 환경 속에 남기를 원했겠지만, 엉망이 된 집에서 독고 하는 노인을 이웃이 고발해 법과 연류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되는 것은 기막힌 일이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바람직한 방법을 미리 모색하고 법적인 서류도 미리 작성해 둔다면, 상황에 따라서 자산을 보호하면서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치매의 가장 대표적인 것은 60%에서 80%에 달하는 알츠하이머형 치매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점차적으로 천천히 나빠지는데 현재로서는 결정적인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치유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밖에 혈관성 등 기타 치매증상으로 인해 정상적인 지적 수준을 유지하던 사람들이 치매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치매의 원인 중 그래도 치료가 가능한 치매 종류는 초기에 전문의를 찾고 더욱 악화되는 것은 막아야 할 것이다.

이미 뇌신경이 지속적으로 많이 손상이 되어서 기억장애, 언어장애, 행동장애와 더불어 행동장애 성격변화로 진전된 상태로 최근에 있었던 사건에 대한 기억이 감퇴된 뿐만 아니라, 오래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도 기억을 제대로 못하는 환자에게 집문서 등 치매환자가 서명해야 하는 서류를 서명시키려 하다가 낭패를 보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라 하겠다.

가족이 치매환자를 모시고 와서 법적인 일을 처리하려 할 때, 변호사가 치매환자에게 물어보는 질문 몇 가지 중에는,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딘지, 현재 시각이 몇 시나 되었는지,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등이다. 이때 변호사들은 자녀나 친척의 이름을 제대로 말하지 못할 뿐 아니라 본인의 생년월일, 주소, 과거 직업, 자신의 이름까지도 모르게 된 환자에게 서명을 받지 못하게 돼 있다. 더더욱, 본인이 의사를 표명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본인의 의사가 명시돼야 하는 서류를 작성하지 못하게 돼 있어, 결국엔 많은 경비와 시간을 요하는 법원 절차를 밟아야만 일이 처리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여가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치매는 정상적인 노화현상이 아니고 모든 노인에게 치매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래서 이미 너무 진전된 치매환자의 경우에는 법원 절차가 필요하겠지만, 상태에 따라서는 치매환자가 감정기폭이 있고 사고능력도 아침저녁으로 차이가 있다 해도, 환자의 상태가 괜찮은 시간대에 환자가 법적인 서류를 이해한 상태에서 서명함으로써 일이 처리될 수도 있으므로, 미리 조치 계획을 세워 환자와 자산을 보호할 것을 권한다.

(714)739-8828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