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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주거 안정도 좋지만… 10억대 주택에도 기금 지원할 판

2015-01-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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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부 주택법 개정 추진 중대형에도 지원 길 열어

▶ 새 정책마다 기금에 손대 무분별한 사용 이어질 땐 건전성 크게 훼손될 수도

중산층 주거 안정도 좋지만… 10억대 주택에도 기금 지원할 판

정부가 기업형 민간 임대사업자 육성을 위해 가격기준을 없애고 중대형으로 기금대출 대상으로 확대하면서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고가주택에 서민주택 자금이 흘러들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10억원이 훌쩍 넘는 보증금과 200만~300만원의 월세를 책정해 초고가 임대 아파트로 관심을 모았던 서울 한남동 ‘한남 더힐’ 전경.

[기업형 민간임대 활성화, 이것이 문제다 <상> - 쌈짓돈으로 전락한 국민주택기금]


정부가 임대차 시장 안정화를 위해 지난 13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내놓은 ‘기업형 민간 임대주택 사업자 육성방안’이 시행도 되기 전부터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민간 건설업체를 끌어들이기 위해 택지·금융·세제 등에 걸쳐 전방위적인 당근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기존 주택·토지 정책의 근간을 흔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부 지원책의 경우 정부가 정책목표에 쫓겨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13대책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짚어본다.


기업형 민간 임대주택 사업자 육성방안 중 금융지원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중대형 주택에 대한 국민주택 기금의 저리 융자지원이다. 국민주택 기금은 1973년 1월 ‘국민주택 자금계정’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주택은행에 설치됐다. 40년이 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재원조달 방법을 보완하고 사용처를 확대해 왔지만 중소형(전용 85㎡) 주택으로 대출지원 대상을 제한한 원칙만은 계속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 같은 원칙이 이번 대책에서 처음으로 깨졌다. 기업형 민간 임대 활성화를 위해 85㎡ 초과 135㎡ 이하 중대형도 지원 대상에 포함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서민 주거안정 목적으로 조성된 국민주택 기금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정부가 새로운 주택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재원을 국민주택 기금에 의존하고 있어 기금운용의 건전성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 중대형·고가주택에 흘러들어가는 기금

정부가 기금운용의 원칙을 깨면서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한 것은 중산층 주거안정이 대책의 목표인 만큼 중대형 이상 주택에 대한 기금지원도 뒤따라야 사업자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자금융자 한도도 기존 85㎡ 이하 주택보다 많은 1억2,000만원으로 책정했다. 대출금리 역시 조달금리 수준인 연 3~4%로 정했다.

하지만 서민 주거안정 용도로 조성돼 국민주택 건설에 사용돼야 할 기금을, 그것도 조달금리 수준으로 중산층 중심의 중대형 아파트 건설에 사용되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이 뜨겁다. 특히 기업형 임대 사업자가 공급하는 주택의 주 수요층이 소득 3분위(4인 가족 기준 월 소득 177만원)에서 최대 9분위(월 531만원)임을 고려할 때 기금지원의 명분은 더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기업형 임대주택의 경우 초기 임대료의 제한이 없어 고가 임대가 될 가능성이 많은데 자칫 서민 주거안정에 쓰여야 할 기금이 소수를 위한 고급주택에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충분하다. 예컨대 수억원의 보증금과 200만~300만원에 달하는 월 임대료로 화제가 됐던 서울 한남동 ‘한남 더힐’ 같은 고급 임대 아파트도 임대 의무기간(8년)과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연 5% 이내)만 충족하면 가격에 관계없이 기금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중산층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현행법으로는 중대형 주택 건설자금을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주택법 개정을 통해 이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지적은 옳기 때문에 법을 바꿀 예정”이라며 “중산층에 대한 지원을 늘린다고 해서 기존 서민 주거 안정을 등한시한다는 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기금운용 건전성까지 도마에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새로운 주택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국민주택 기금을 ‘쌈짓돈’처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주택법에서는 기금의 운용대상을 ‘포지티브 방식’(규정해 놓은 것 이외로는 사용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규정해 놓았다. 무분별한 기금 사용을 막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국민주택 기금의 용도 확대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음에도 정부는 줄곧 기금의 용도를 넓혀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 전세자금 대출 확대, 현 정부의 공유형 모기지, 행복주택 사업도 대부분 국민주택 기금에서 조달하고 있다.

특히 2013년에는 ‘국토부 장관은 국민주택 기금에 여유자금이 있을 때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으로 이를 운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끼워 넣음으로써 국회 동의 없이 시행령 개정만으로 사용처를 넓힐 수 있게 만들었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정부의 재정 불건전성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주택정책에까지 재정을 투입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며 “국민주택 기금은 그런 면에서 정부가 동원하기 가장 손쉬운 재원”이라고 말했다.

물론 기금의 규모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주택청약 종합저축 출시 이후 2010년 8조3,588억원이던 여유자금 운용규모는 2013년 18조6,942억원까지 늘었다. 총자산 역시 84조7,956억원에서 104조359억원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정부가 지금과 같이 무분별하게 기금을 사용하게 될 경우 기금의 건전성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주택 기금 중 청약통장과 국민주택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가깝다. 저성장과 저출산·고령화가 가속화될 경우 청약통장과 주택 채권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기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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