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입 때 5년은 살아야 손익분기점 도달
▶ 직장 내 안정적인 위치를 확보 후 구입
[주택 임대와 구입]
지난 2년 새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고 주택 임대료도 상승해 서민들의 주택난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집값만 오르던지 아니면 임대료만 오르면 주택 구입과 임대 중 한쪽을 결정하기 쉬울 텐데 이쪽도 저쪽도 선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택 구입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사람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높은 임대료를 내며 사는 수밖에 없다. 주택 구입 능력을 갖추고 있어도 과연 주택 구입에 나서도 좋은 시기인지 결정이 쉽지 않다. 집을 구입할지 아니면 임대를 할지는 주택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의 고민거리다. 집을 구입하면 임대료 인상에 대한 부담이 줄고 세금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주택을 임대할 때도 주택관리 등에 대한 수고가 없는 것은 나름 장점으로 볼 수 있다.
■ 임대비 구입비의 2배
주택을 임대하는 비용이 구입할 때 드는 비용의 2배에 다다랐다. 부동산 전문 사이트 ‘질로우 닷컴’에 따르면 세입자들은 가구소득 중 평균 약 30%를 주택 임대료로 지출해야 하는 반면 주택 구입자들은 소득의 약 15%만 주택관련 비용(보험·재산세 제외)으로 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 임대비용과 구입비용 간의 간격은 최근 들어 더 벌어지고 있다. 질로우 닷컴에 따르면 1985~1999년 평균 약 22% 수준이던 보유비용은 지난해 약 15%대로 낮아졌고 과거 평균 약 25%를 넘지 않던 임대비용은 지난해 3분기 약 30%로 치솟은 것이다.
이처럼 주택 구입이 임대보다 훨씬 유리한 시기임이 분명하지만 주택 구입은 예전만큼 수월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소득이 뒤를 받쳐주지 않아 하는 수없이 주택 임대를 이어가고 있는 세입자가 여전히 많다. 만약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주택 임대료가 조만간 안정되지 않을 경우 서민들의 주택난은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다.
■ 구입 능력 갖췄으면 구입이 유리
요즘처럼 임대료 상승세가 주택가격 상승세를 앞지르고 있는 상황에서는 주택 구입 쪽으로 기울게 마련이다. 다만 주택 구입 자금, 대출조건 등 주택 구입 여건이 갖춰져 있는지가 관건이다.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임대료가 오를 때는 얼마든지 주택 구입에 나서도 큰 무리는 없다.
주택 구입 후 납부하는 모기지 페이먼트가 주택 임대료보다 낮고 주택 보유로 인한 세금혜택 등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역별로 수요와 공급현황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주택 구입지로 결정한 지역의 주택시장 상황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주택 수요는 높지만 매물이 부족한 지역은 주택의 실제 가치에 비해 리스팅 가격이 과대하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지난 2년간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셀러들의 기대치도 높아져 아직도 비현실적 리스팅 가격이 반영된 주택 매물이 수두룩하다. 지난해까지 유지되던 셀러스 마켓 현상이 올해부터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역별 주택 매물 수요와 공급상황을 점검한 뒤 주택 구입에 나서야 주택 임대 대비 구입 효과를 높일 수 있다.
■ 이 지역에서 얼마나 더 거주할 것인가
집을 구입할 것인가 아니면 임대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기준 중 하나가 앞으로 거주할 지역에 대한 조건이다. 어떤 사람은 부모가 거주하는 지역 인근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싶어 하고, 어떤 경우는 직장 인근에 거처를 마련한다.
관건은 당장 거주를 희망하는 지역에서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머무를 것인가가 먼저 결정되어야 한다. 향후 1년 혹은 3년 후에 타 지역으로 이사할 가능성은 없는가 등에 대한 질문을 먼저 던져봐야 한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예스’냐 ‘노’에 따라 주택 구입과 임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1년 내에 다른 동네로 이사 가야 할 상황이 확실한데 지금 집을 구입하는 것은 무리다. 당장 임대료를 내지 않고 마음 편히 거주할 수 있는 내 집이 마련된 것 외에는 경제적인 이득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최근 주택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주택 구입과 관련된 손익 분기점에 도달하는 기간도 길어졌다. 주택 구입 때 들어가는 비용이 회수되려면 이제는 적어도 약 5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적 이득 효과를 따지지 않더라도 한 장소에서 오래 거주해야 하는 경우라면 주택 구입 결정을 내리기 쉽다. 자녀 학교문제 등으로 장기간 타 지역으로 이사 계획이 없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된다.
■ 현재 직장 안정적인가
이동이 잦은 경우는 주택 구입이 아무리 유리한 시기라도 섣불리 주택 구입에 나서면 안 된다. 1~2년 간격으로 주기적인 전근이 발생하는 직종에 근무하거나 이제 갓 새 직장을 얻은 경우는 언제 타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직장 변경하는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임대를 시작하며 상황을 살펴야 한다.
올해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들의 주택 구입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전망인데 직장 내에서 안정적인 위치를 확보한 후를 주택 구입 시기로 삼으면 좋겠다.
섣불리 주택을 구입한 뒤 전근명령 등으로 구입한 주택을 처분해야 한다면 구입비용 만회가 힘들뿐더러 급하게 팔아야 하는 부담 때문에 제값에 팔기도 쉽지 않은 등 여러 불이익이 따른다.
직장 이동에 대한 불안감은 있지만 그래도 주택을 구입해 임대료 부담을 줄이고 부동산 자산을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진다면 주택 구입 때 지역 선정이 매우 중요하다. 주택 구입에 나서도 좋지만 주택 임대 수요가 높은 지역을 집을 장만해야 급처분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만약 갑자기 타지로 이사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구입한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전환한 뒤 서두르지 않고 처분 시기를 저울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준 최 객원기자>